[특집]병원산업의 발전 양상_병원 성장과정 및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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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병원산업의 발전 양상_병원 성장과정 및 현황
  • 병원신문
  • 승인 2017.07.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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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훈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팀장
▲ 정석훈 연구팀장
구한말 황실의 시혜적 구료의료를 시작으로 근대 병원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21세기를 맞이하고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병원산업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발전은 비단 규모와 양적 성장에만 그치지 않았고 질적 발전에 있어서도 세계의 그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업적을 이루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병원이 이렇게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 온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인력과 간호인력을 비롯해 의료기사, 약사, 영양사, 행정직, 그리고 단순 업무 종사자 등 병원계에 종사하는 모든 직역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있을 수 없다.

이들은 그 어떠한 어려운 근무여건 속에서도 각자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온 그야말로 우리나라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계의 숨은 공로자들이며 이들이 바로 병원이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서 오늘도 고군분투 그 역할을 담당해내고 있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의 역사가 만 58년이 되는 2017년 올해는 그야말로 사회적 경제적 변화 그리고 과학기술의 혁명으로 인해 우리 병원계로 하여금 새로운 시대에 대한 준비를 요구하기 시작하는 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병원협회가 발족된 시대에서부터 21세기를 맞이한 지 곧 20년이 되어가는 현재의 시대까지 병원계의 발전상을 뒤돌아보고 새로 맞이하게 될 시대의 대응 방안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많은 문헌들에서 우리나라 의료 또는 병원산업에 대한 발전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요 사건을 포인트 삼아 그 단계를 구분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시대적 구분의 첫 단계를 구한말이나 해방 이후부터 1977년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1977년 7월 당연적용방식의 의료보험이 시작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첫 시기에 속하는 대한병원협회의 창설은 1959년 에 이루어지게 되는데 당시 협회 소속 병원은 132개에 불과하였으며 병상수에 있어서도 회원병원 병상을 다 합하여 총 9,900병상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미약할지 모르나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해방과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루어낸 값진 결실로서 그래도 이만한 정도의 병원수와 병상수를 갖춘 것은 병원계의 부단한 노력이 주요한 성장 요인이었음을 병원협회 설립 취지문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병원산업의 주요 발전 지표중 하나인 의료기기에 대한 발전 상황을 판매업소의 수를 지표로 삼아 보아도 1954년에 불과 4개의 의료기기 판매소가 존재하던 상황에서 1977년 1,395개로 증가하여 원활한 의료기기의 보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첫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이 시기는 우리나라 병원산업의 태동기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를 병원산업의 태동기로 본다면 두 번째 시기는 폭발적인 성장의 시기로 보는 견해가 많다. 보통 1977년부터 2000년에 이르는 시기를 이 두 번째시기로 규정하는데, 이 시기에는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의 시대가 개막되었고 무엇보다도 기존 종합병원들의 성장과 더불어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병원산업에 진출한 것을 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삼성, 현대, 대우 등 당시 우리나라 재계 순위의 1, 2위를 다투던 대기업들이 모두 대형 병원들을 탄생시켰다. 태동기 132여 개에 지나지 않았던 병원협회의 회원병원 수는 1980년 308개, 2000년엔 875개로 대폭 증가하였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의사수 변화를 보아도 1981년 의사 8,182명에서 2000년에는 27,428명으로 3배가 넘는 증가를 보였으며, 간호사의 경우에도 1981년 19,685명에서 2000년 50,139명으로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의료기기산업 부문의 경우에도 의료기기 판매소가 1977년 1,395개였던 것이 2000년에는 8,999개로 증가하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이 시기는 비단 병원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 산업측면에서 평균 매년 6~7%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큰 폭으로 꾸준히 발전해온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기는 2000년 의약분업추진 이후 현재인 2017년까지로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그 성격에 대한 규정이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이 시기를 병원산업의 안정기로 보는 시각도 있고, 관점에 따라 오히려 병원산업의 대 혼란기 또는 대 혼돈의 시대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기는 의약분업이 추진되면서 병원급 뿐만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집단 휴업을 감행하는 등 본격적인 대정부 활동이 시작된 시기이며, 90%에 이르는 민간자본에 의한 민간 의료기관에 대응하여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고자 하던 시기이다.

그러나 현재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공공자본에 의한 공공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공급 행태가 아직 민간자본에 의한 민간 의료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관찰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는다.

또한 이 시기는 병원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큰 폭으로 성장하던 의료의 공급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규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치열한 공급의 경쟁은 규모의 경쟁을 낳았고 규모의 경쟁을 따라가지 못한 병원들은 경영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어 결국 도산하는 병원들도 점차 증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즉, 의료의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3차로 구성된 의료전달체계는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으며, 의원 급부터 종합병원 급까지 같은 시장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는 상황으로 전개가 되었다.

이러한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미용이나 성형 쪽으로 그 시장을 개척하는 현상도 발생하면서 의료의 적절한 기능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을 낳기도 하였다.

요양병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이 시기의 중요한 현상 중 하나이다. 2000년 13개에 불과하던 요양병원의 수는 2010년 819개에 이르더니 2017년 현재 1,366개로 병상수로는 236,387개에 이르러 우리나라 전체 병상수의 41%(=236,387개/578,252개×100)에 이르는 수준까지 폭증하였다.(2016 전국병원명부, 대한병원협회)

병원산업의 서비스 공급 양상이 한층 더 복잡해진 것이다.

이 시기 또 하나의 특징은 의료에 관련된 민간보험 가입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가구당 평균 30여 만 원씩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국민건강보험 수가로 인해 병원들의 비급여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었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낮추게 되면서 결국 국민들은 민간 의료보험에 별도로 가입하게끔 유도 되었다는 의견들이 있다.

그 결과 의료기관에 흘러들어가야 할 사실상의 의료비 성격의 재원의 상당부분이 엉뚱하게도 생명보험사 등 민간 보험사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극단화 된 양극화로 인해 종별, 병원별 또는 지역별 상황과 그 능력의 차이가 벌어지고 점점 더 그 차이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당장 극복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야말로 대 혼란의 시기, 대 혼돈의 시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네 번째 시기는 의료공급 패러다임의 대변혁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그 변화의 움직임이 도처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건강보험 4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미 곳곳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과 같이 인구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만성기와 노인성 질환으로의 중심이동 그리고 1~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의 저성장 시대의 개막은 그 첫 번째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변화의 주요 요인으로는 인공지능, 센싱기술, 3D 프린팅, 가상현실, 사물 인터넷 등 데이터와 지식 등에 대한 수집과 처리 및 응용 기술의 발달을 들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광풍적인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오게 될 만만치 않은 변화들을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이야깃거리들이다. 지난 시기에 다소 상상 속의 이야기들로 그저 미래의 그림을 그려보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 상상속의 이야기들이 서서히 실제화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즉 상상만으로 존재하던 모습들의 구현이 가능해졌으며 실생활 속에서도 적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IBM의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료 도우미 시스템에서부터 물리적으로 직접 의료진 앞에 있지 않아도 진단과 처방 및 시술 등이 가능한 원격의료, u-healthcare라고 일컬어지는 생활 밀착형 의료서비스 환경, 웨어러블(wearable) 장비들을 이용한 자동 건강 진단 시스템 등은 이미 구현될 수 있으며 또 상용화도 가능한 기술들이다.

즉, 의료기술의 발달은 그 수준이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병원의 규모와 관리 및 운영 시스템 측면에 있어서도 그 모델과 플랫폼을 이미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니 놀라운 발전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지난 58여 년 동안의 의료기술 발달, 병원의 운영과 관리시스템의 발전은 그야말로 타 산업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될 만 하다.

그러나 의료서비스, 의료공급시스템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국민들의 인식 그리고 관계당국의 시각은 과연 얼마나 위와 같은 괄목할 만한 정도의 수준에 그 눈높이가 맞추어져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이념적이거나 단편적인 시각은 결코 작금의 복잡한 의료현안들을 해결할 수 없으며 또 앞으로 더 정진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들을 단순히 하나의 시각만 갖고 마련된 처방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복잡하고 상호 연계된 문제일수록 좀 더 다양한 처방과 대처방식 그리고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에 못지않은 전문가들의 식견이 반영되어 다양성을 잃지 않는 효율적인 의료 공급시스템이 필요한 때이다. 획일적이며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단일한 조치 또는 정책은 적용되는 단계에서 그 정교함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적절한 대처 방안이 될 수 없다.

즉, 좀 더 개방적인 사고와 유연한 태도의 접근법이 필요한 때이다. 1960년대에 형성되고 큰 변화 없이 2017년까지 이어온 현재의 의료공급 시스템은 사회적으로 또는 정책적으로도 대대적인 손질이 감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분분하다. 이에 따라 공공의료의 역할 재정립과 위상강화, 통합의료 체계 도입 등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된 첨단의 의료응용 기술들이 사회적 또는 제도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사용되지 못하고 또 발전되지 못하게 되는 논의들만으로 점철된다면 의료계 또는 병원계를 넘어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병원이라고 하는 조직은 단순히 인간인 의료진이 의료서비스를 생산해내고 이를 환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 가치의 존재의미를 갖는 수준을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최첨단 의료장비와 각종 직역들의 협업, 효율적인 조직관리와 의료진 양성 교육, 윤리의식의 발현 등이 모두 집약된 하나의 종합예술의 성격을 지니는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해진 조직체를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으로 관리 및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렇게 복잡한 조직체들의 묶음에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부분의 권한위임(empowerment)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감지와 반응을 말단의 조직에서 모두 수행하는 경우를 권한위임의 가장 마지막 발전단계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병원계의 모습은 아직 이 수준에 이르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관계당국의 정책입안과 시행에 있어서도 병원계가 명실상부한 그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정보수집과 해석능력을 스스로 갖추어야 하며 더욱 발전 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병원 운영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 생산과 공급에서 그치지 않고 포괄적인 개념의 국민건강 유지 및 관리 그리고 예방 등 전반적인 부분으로의 확대를 염두에 두고 그 방식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직종의 인력,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이 복합체가 되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의료공급의 패러다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병원계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과 주요 요인들의 작용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인구구조 및 정보/첨단 기술의 발달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요구를 더욱 거세지게 할 것이다. 외부에서의 개혁요구에 의해 변화가 이루어질 때에는 그 주도권을 잃을 수가 있다.

따라서 내부의 개혁요구를 감지하고 그 방향성 및 개혁 방안을 내부에서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틀을 구상하는 것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현재의 의료공급 시스템과 변화될 공급 시스템에 대한 모든 개념들에 대해 자유롭고 공개된 토론과 제안 그리고 다양한 병원 내외 직역들의 협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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