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질병관리본부 ‘자아비판’ 신선한 충격
상태바
[기자수첩]질병관리본부 ‘자아비판’ 신선한 충격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2.1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관식 기자
질병관리본부의 ‘자아비판’이 공공부분에서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를 아예 모른다는 국민이 50%를 넘고, 위기대응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0%를 넘긴 조사결과를 가감 없이 오픈한 것이다.

물론 민간기관에서 자아비판 형식을 통한 신뢰 강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구 소재 영남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은 매년 고객의 불평·불만과 칭찬 사례를 모아 내원객들의 이동이 많은 로비 등에 ‘고객의 소리’라는 보드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렇지만 민간기관도 아니고 차관급 기관장이 관장하는 정부 공식 부처인 질병관리본부가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 일은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 부처를 출입했던 기자도 처음 겪는 사례여서 어리둥절할 정도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 질병관리본부 국민인식 조사’ 결과 국민 인지도와 신뢰도가 매우 낮게 나왔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욕 먹을 각오’를 하고 그 결과를 전격 발표한 것이다. 고해성사를 통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감은 물론 신뢰 회복을 위해 더 분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공개를 만류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정기석 본부장이 강하게 공개 의지를 고수해 이를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간 큰’ 결단을 내린 질병관리본부에 박수를 보낸다.

정기석 본부장은 국민 신뢰가 곧 소통의 시작이며 믿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속·정확·투명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으로도 매년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해 신뢰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골을 파고 있던 시기 정기석 본부장과 팀을 이룬 박기수 위기소통담당관 체제는 지카바이러스 파문이 일던 무렵 언론에 한 발 앞선 정보공개로 불신의 싹이 자랄 틈을 주지 않고 국민 불안을 잠재운 바 있다.

특히 국가 방역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심리적 방역 차원의 온라인 홍보 활성화와 함께 ‘100인의 국민소통단’ 위촉을 통한 국민 참여 프로그램 마련, 언론 및 의료기관과의 신속한 소통 강화를 위한 카카오 소통센터 운영 등은 공공부문에서는 물론이고 민간부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도의 소통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 년 전 광우병 사태에서도 지켜봤던 것처럼 실체적 진실보다 오히려 ‘불신’과 ‘불안’이라는 심리적 위기가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자아비판’은 그 어떤 ‘센’ 질병이 닥쳐오더라도 이를 극복할 역량을 갖춘 강하고 튼튼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엿보게 해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