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지방병원의 간호채용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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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지방병원의 간호채용 절벽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6.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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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간호사 모시기' 이력서 한 장 구경조차 못해
간호간병서비스 전면 시행시 지방의료 붕괴 초읽기
지방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9년 간호등급제 시행 이후 간호사 부족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에 있고 운영 병상 수가 작을수록 간호사 인력난은 극심하다. 혹자는 ‘월급 많이 주고 잘해주면 갈텐데’라는 말을 하지만 막상 현장에 있는 병원들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월급도 대도시 이상 주고 숙식제공에 자기개발지원금까지 얹어 줘도 간호사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최근 지방병원의 현실을 듣고자 직접 방문해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접했다. <편집자 주>

폭염경보가 내린 8월초 전남지역에 위치한 A병원을 찾았다. 간호사 인력난과 관련해 취재왔다고 하자 병원 관계자는 깊은 한숨부터 쉬면서 빈 병동으로 안내했다. 100병상 규모의 작은 병원인데 40병상이 텅 비어 있었다. 붐비던 외래층과는 달리 한층이 텅 비어 적막했다. 이 병원은 허가병상 중 60% 병상만 가동하고 있다. 간호사가 없어서다.

병동을 닫은지 벌써 4년이 넘었다. 구인광고를 365일 내도 이력서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소개로 어렵게 ‘모셔도’ 1,2년 안에 떠나는 간호사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인근 대도시보다 월급을 많이 줘도 안오는게 현실이다. 사람이 적어 업무가 가중되고 그러다 보니 힘들다는 소문이 퍼져 더 안오는 듯하다고 했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이후 안점점검이다 감염관리다 해서 각종 보고서 제출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며 같은 내용을 여러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어려움도 호소했다. 국가의 지원은 없고 의무만 뒤따른다. 
A병원 관리실장은 “인증평가와 심평원의 각종 평가는 엄두도 못낼 판”이라며 “향후 평가에 의해 수가를 차감해서 준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정부에서 의료기관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대부분은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병원들만을 위한 것이고 지방에서는 딴 나라 소리처럼 들린다. 의료자원의 지역편차가 있는데 이상향만 추구하는 듯하다. 여기서 봤을 때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가면 언제 문 닫아야 하나를 걱정할 정도라고.

그러면서도 “우리 지역주민을 위해 우리가 잘 버티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려고  노력한다”며 “자율적으로 환자안전과 감염관리에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간호사 모시기’를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혹시 문의가 오면 ‘몸만 오라’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한다. 

이어 찾은 경북 지역의 B병원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고 시내 한 가운데 위치했다. 주차장도 거의 차고 1층도 외래환자가 북적여 간호사 인력난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이 지역에서 가장 규모도 크고 환자가 많다는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 전까지 한 병동을 폐쇄했었다. 간호사가 부족해서다. 최근 들어 병실 몇 개를 열었지만  아직도 병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는 병원 이사장의 말이다.

B병원은 최근 10년간 간호사 임금을 매년 두자릿수 인상률로 올려줬다. 병동 간호사 초봉이 연간 3천만원 중반대다. 인근 지역병원들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간호사를 채용하기란 어렵다. 지역에 간호대학이 여럿 있고 매년 300여명 가까이 졸업생이 나오는데도 지역에 남는 간호사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타 지역 간호대생을 버스로 출퇴근 시켜가며 임상실습을 시켜도 얼마안돼 모두 떠난다.

모두가 서울, 수도권으로 향하거나 대학병원, 보건직 공무원 등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입사한 간호사도 다른 지역에서 왔으니, 도미노 현상으로 군 단위 지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병원도 임금 뿐아니라 기숙사 및 식사제공 등으로 ‘간호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B병원 이사장은 “간호사 부족이 단지 임금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여러 사회적 현상이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급이 오히려 적고 생활비가 더 들더라도 떠나는 이유가 많다는 것이다.

1990년대 개원 당시에는 간호사 이력서가 책상 위에 쌓인 시절도 있었지만 간호등급제 이후 서울 및 수도권 병원들이 간호사를 대거 채용하는 관계로 지방병원의 간호사 부족이 시작됐고, 이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으로 인해 ‘간호사 채용 절벽’이 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근무하는 간호사들조차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사장은 암흑 터널을 지나고 있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무조건 밀어부친다고 해서 없는 간호사가 나오나

대한중소병원협회 임원으로 간호인력난TF에 참여한 경험을 얘기하며 “정부도 간호사 부족을 잘 알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밀어부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인력이 10만명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자원도 없이 국민에게 도움된다고 시행을 하다보면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더 많은 국민의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정책에는 커다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리 국민소득이 3만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역간의 편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의료 또한 마찬가지라 현실을 직시한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다.

충청권 이남 대다수 시군 지역 병원의 간호등급은 6,7등급이라며, 간호사를 안 뽑아서가 아니라 못 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부가 의료자원의 편중을 조장하고 있다”며 “지원은커녕 지방병원 죽이기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고 울분을 토했다. 

환자안전, 감염관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의 제도가 메르스 사태 이후 후속조치라고 하는데 대도시 주민만 메르스에서 보호할거냐며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부 정책을 요구했다.
이 병원도 시간이 지날수록 간호등급이 떨어져 이제는 7등급으로 추락했다.

“급성기 치료하면서 사람 살리고 고쳐 놓으면 포괄간호 받겠다고 큰 병원으로 전원한다. 큰 병원은 포괄가산 받아 이익을 실천하면서 더 잘되지만 묵묵히 일하는 중소병원은 인력난에 경영난에 한치 앞이 안보일 지경이다”

이같은 정책 추진으로 의료인력 편중화가 심해져 지방병원이 다 죽어 나자빠지면 수도권 병원들로 나중에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 얘기 하듯 보지 말라는 것이다.

유휴간호사 재취업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잘 됐으면 바랐는데 해보니 안되더라고 한다. 나이 극복이 안되고, 근무시간 조정, 인간적 갈등 등을 힘들어 해 모두 그만 뒀다고 한다. 기대할 정책이 못된다고 했다.

 

인증평가 등 각종 평가, 지방중소병원에서는 꿈같은 얘기

B병원도 인증평가나 각종 평가를 받지 못한다. 겨우 3교대 하면서 가는 임계상황인데 평가를 어찌 받겠냐고 반문했다. 병원장들도 하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전에도 투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사 일이 대부분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안될 소리라고 했다.

의료인력난 때문에 수도권으로 이전하려는 병원도 있다며 간호인력난 해소를 위해 병원계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국민이 지역에 관계없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지방병원을 살려야 한다.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한 정부 정책을 요구했다.

경북지역 군 단위에 위치한 C병원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병원들이 줄줄이 문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외면하는 듯하다”며 “지방 주민도 모두 수도권에서 진료를 보란 말이냐”며 간호인력난 관련 대안없는 정책을 비판했다.

메르스와 사스 등 신종전염병에 적극 대응해 조기 종식한 의료계의 노력이 남긴 것은 정부의 규제라며 이젠 정부에 요구할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인력양성을 책임지는 국가가 간호사 수요가 많은데 늘리지 않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대도시 사는 국민만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며 지방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원이 없는 곳에서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병원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서는 의료취약지에 ‘오지수가’를 제공한다며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 

△간호인력난 해소를 위한 해법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병원장들은 모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을 단계적으로 하거나 차선책으로 간호보조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행과 더불어 지방의 간호인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보건직 공무원이나 보건교사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군 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면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임상경험이 필요한 직종들로 졸업 후 바로 진출하는 것보다 향후 업무 수행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군 지역 병원의 간호인력난 해소에도 단비가 될 수 있다. 지방병원들은 오래 근무하면 좋겠지만 1,2년 만이라도 간호사들이 머물러 주길 바란다. 남자 간호사들에게는 병역특례를 줘 근무하게끔하는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 일정기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공중보건장학생제도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장들은 정부와 국회는 특정단체의 의견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전체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 줄 것을 당부했다.

△지역규모 작을수록 간호사 인력부족 심각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병원의 10곳 중 6곳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소재지에 따른 간호사 인력현황을 보면 기준을 충족시킨 비율이 대도시 37.4%, 중소도시 31%, 군지역 17.3%로 지역 규모가 작을수록 간호사 인력부족이 심각했다. 운영 병상 수가 300개 이상인 중소병원 중 반 정도만 기준 이상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병상 수가 300개 미만인 중소병원 중 기준을 충족시키는 비율은 30% 밖에 안된다.
전문가들은 "중소병원 운영에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력확보의 어려움으로 특히 간호사 부족이 심각하다"며 "종별, 병상 규모 등 중소병원을 고려한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수요 많은데 간호대 입학정원 동결

요양기관은 매년 평균 2%씩 증가하고 있는데 간호사 수요 증가폭 또한 급증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간호인력 공급 확대는 매우 제한적으로 간호대 입학정원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1만8천794명으로 동결됐다.
의료업은 의료인력 규모가 의료서비스 질을 좌우해 종별 지정기준에 인력기준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 이외에 의료인력의 충분한 고용을 간호등급제, 감염관리 등 간접적인 제도 등으로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의료인력에 대한 충분한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간호인력은 인구 천명당 4.63명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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