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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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복지정책
  • 윤종원
  • 승인 2005.09.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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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빈층으로 분류돼 정부 지원에 의존해 생활을 꾸려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최근 5년간 대거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하면 연간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도 허술한 법망으로 인해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는 사람이 1천700여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엊그제 9억여원을 가진 금융자산가가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 포함되는 등 1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1천여명이 정부로부터 매달 생계비를 지원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나 하나의 사례는 정부의 복지정책이 얼마나 허술하게 집행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기초수급자 148만여명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8만2천여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한 수급자는 5년간 무려 520번이나 해외여행을 했으며 400번 이상자도 6명이나 됐고 300번 이상자 15명, 200번 이상자 31명, 100번 이상자가 65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이들에는 중국 등을 오가는 생계형 보따리 장수도 포함돼 있지 않겠느냐는 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5년간 520번을 다녀오려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해 결국 비싼 항공료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수급자 혜택을 주지 않았느냐는 박의원측의 주장에 훨씬 공감이 가는게 사실이다. 더욱이 1천700여명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고도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가진 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법망이 합작해 건강보험의 부실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신분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정녕 우리나라에서는 실현불가능한 일인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누구인가. 이들은 월 소득액이 최저생계비(4인가구 기준 113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빈곤층으로, 이들에게는 연간 4조3천여억원의 예산이 생활비 보조, 의료급여 등의 형태로 지급되고 있다. 돈있는 사람들이 신분을 위장해 사회의 최하층인 이들의 틈에 끼어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단전.단수를 당할 정도의 극심한 빈곤층 가운데 상당수가 수급자에 편입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진 자들의 비양심은 그렇다고 처도 정부는 더 이상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수급자를 선정할 때 개별소득이나 자산을 제대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건강보험의 경우도 고액소득자의 무임승차를 막을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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