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발생시 '先조치 後보상' 믿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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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발생시 '先조치 後보상' 믿음 줘야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6.05.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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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지급요건으로 상당수 병원 지원금 포기
메르스 1년, 시설 장비 규제보다 재정 지원 우선
메르스가 발병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진행 중이다. 지금은 ‘종식’이 아닌 ‘상황종료’일 뿐이다. 감염자 186명과 사망자 38명, 격리자 1만6천752명의 숫자가 말하듯 메르스가 할퀴고 간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메르스 발생 1년인 5월20일에 즈음해 많은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메르스 피해병원에 대한 손실보상을 위해 대한병원협회가 노력한 과정과 보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그리고 메르스 대책에 대한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대한병원협회의 메르스 피해병원 보상 건의

정부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맞아 의심환자의 진료체계 구축과 확산 방지 노력에 몰두하며 일선 병원의 피해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했다.

이에 병원협회는 일선 병원에서의 메르스 환자 대응 지원업무에 주력하는 한편 피해병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대정부 대국회에 요청했다.

여러 간담회를 통해 개인보호장비를 포함한 물품지원과 감염확산에 대비한 정부차원의 인력과 시설 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의료기관의 자체적 유전자검사(PCR) 시행, 확진환자 의료기관 등 주요정보의 공유로 메르스 확산을 진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태의 장기화로 병원마다 재정난에 봉착하자 1천억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줄 것을 요청하고 당시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으로부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병원협회는 피해병원에 대한 손실보상, 선별진료소 설치 등에 따른 소요비용 보상, 대출 등 병원운영자금 지원 등을 건의했다.

메르스 발생으로 인한 의료기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상황 종료시까지 모든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요양급여비용 청구 후 7일 이내에 요양급여비용의 대부분(95%)을 조기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비 채권을 양도받은 금융기관이 시중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운영자금을 대출해 주는 현행 요양기관 금융대출(메디칼론)에 대해 이자율을 추가 인하하고 특례 한도를 부여해 확대 시행했다.

메디칼론의 신규 고객 약정금액은 총 3천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각 의료기관 대출한도에 관계없이 병의원은 3억원, 약국은 1억5천만원까지 특례한도를 부여해 적용금리에서 1%p 감면된 수준의 대출금리를 적용했다.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는 메르스 관련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을 심의 의결했다.

선지급액은 지난해 2월에서 4월 3개월간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의 한달치 평균 금액이며, 지급방식은 7,8월 2회에 걸쳐 총 2개월분을 선지급하되, 해당기간의 실제 요양급여비용과 비교해 차액이 있을 경우 9∼12월 지급할 요양급여 비용에서 상계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피해병원의 구체적인 피해규모나 액수, 통계 등이 전혀 축적되지 못한 상황에서 병원협회는 피해병원별 환자수 감소 추이와 진료수익을 취합, 분석해 국회와 정부, 유관기관에 대한 계속적인 정책 건의의 근거자료로 활용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피해병원에 1천억원을 보조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협회는 지원규모가 작아 피해병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협회 조사 결과 메르스 사태 기간(45일간) 손실액이 5천75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추가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재차 건의했다. 

병원협회의 끈질긴 노력으로 결국 2천500억원으로 피해병원 지원금이 확정됐다. 이와 별도로 선별진료소 운영에 들어간 예산 지원도 받았다. 

◇메르스 피해 보상 과정 및 개선과제

메르스의 실질적인 종식 후 피해병원 손실과 선별진료소 물품지원사업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메르스 감염확산 방지에 기여한 의료기관에 국가의 재정적 지원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급박했던 상황이 지나고 당시 발생된 비용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피해병원들과 병원협회 실무진은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집행시기가 지연됐고 추가적인 운영비 지출이 발생했다. 

일반적인 국고보조금 지원은 사전에 지원 계획을 공표하고 지원 대상기관은 그 계획에 따라 비용 발생 후 사후 정산을 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지원 대상기관은 자체적인 계획수립 및 지출 조절이 가능하고 관련 증빙서류 구비가 정산 전에 가능해 최종 정산과정에서 혼란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국가 지원여부에 앞서 존폐 위기속에서도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소모품 확보에 전념했던 상황에 공감한다면 향후 유사사례 발생에 대비한 국가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기본원칙 제시와 함께 법령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후속조치는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국가재난사태 발생시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재난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소모품비용 지원 요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선별진료소 운영에 사용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운영시작일의 설정과 의료기관에서의 운영시작일 직정 재고량 파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 혼란스러웠던 메르스 사태 당시의 일별 재고량을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원내 상시 사용된 소모품은 제외’도 재난적 상황의 특수성이 결여된 요건이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기존 입원환자의 자의퇴원이 속출하고 외래환자는 급감하는 등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존폐의 위기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원내 환자 및 의료진의 감염예방 활동을 비지원 대상으로 선을 그은 것은 감염병 예방에 대한 정부와 의료기관간의 공감대 형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비춰질 수 있다.

국고보조금 지급원칙 상 집행 증빙서류의 제출은 필수다. 소모품 지원을 위해서는 거래증빙서류의 제출 또한 필요하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의료 소모품은 그 종류와 수량이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거래가 매일 이뤄지고 있어 수많은 거래 중에서 지원 항목에 해당하는 증빙서류만 제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해 대상병원에서는 과다한 증빙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수많은 자료를 재발급 받거나 자료 확보가 어려운 경우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책정된 예산을 다 지원하지 못해 상당한 액수의 불용액을 남겼다.  

이에 병원협회는 “먼저 발생된 비용에 대한 예산 지원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중 매우 드문 사례로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예산 지원과 동일하게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예산 지원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보다 유연한 적용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스 대책에 대한 향후 과제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예방이라는 명목 하에 많은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병원들이 체감하는 재정적 지원은 미미하다.

얼마 전 신설된 감염예방 관리료 수가와 별도로 격리병상 설치 의무화 추진으로 인해 향후 병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학계도 “정부가 신종감염병 대응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제시하지만 재정지원이 없다면 규제가 될 뿐”이라며 과감한 투자를 요구한다.

대책에 따른 재원확충 방안과 유지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등에 대한 법령정비도 시급한 상황이다.

감염병 진료비용에 대한 국가 부담비율을 일정부분 상향 조정하거나,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시설 개선과 장비구입 등에 국가 예비비 등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1월27일 대한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등이 세브란스병원에서 ‘병문안 문화개선’을 선포했다.

강북삼성병원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병원이 MOU를 체결하며 병문안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평일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만 병문안을 하도록 알려 나간다.

병문안 객이 병·의원을 찾을 때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기침예절을 지키도록 안내하고 병·의원을 찾을 때는 꽃, 화분, 외부 음식물을 가지고 가지 않고, 애완동물은 데리고 가지 않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캠페인에 대한 홍보부족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의 항의가 잇따른다고 호소한다.

정부의 대대적인 캠페인 홍보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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