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치매노인 돌봐온 50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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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치매노인 돌봐온 50대 주부
  • 윤종원
  • 승인 2005.09.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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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형편에도 무려 18년 간이나 치매노인과 무의탁 노인을 찾아 봉사를 펼쳐온 50대 주부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88년부터 매주 1∼2회씩 치매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목욕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채경남(57.여.전주시 노송동)씨.

채씨는 그동안 중화산동 엠마오 사랑병원과 삼천동 노인복지병원, 교동 참사랑 낙원 등 전주시내 치매 전문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치매 노인을 친부모처럼 여기며 정성스레 씻겨주고 말동무가 돼 왔다.

또 동네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5∼6명에게도 시간이 날 때마다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김치나 마른 반찬을 가져다주는 등 따뜻한 손길을 보내고 있다.

채씨가 이처럼 봉사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형편이 넉넉하거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가난한 농가의 6남매 중 맏딸로 태어난 채씨는 열살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 5명을 업어 키우다시피 하는 등 사실상 소녀 가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80년 교통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뒤 어려운 상황에도 혼자서 4남매를 키워온 억척 주부인 그는 허약 체질로 태어나 잔병치레가 끊이지 않았던 큰아들(31)을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치매노인들과 인연을 갖게 됐다.

그는 "평소 다니던 절의 스님으로부터 `아들이 건강해지려면 어머니가 품을 팔아 남을 돌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목욕봉사를 시작했다"며 "이 일을 해보니 잘사는 사람보다 오히려 못사는 사람이 남을 도와주는데 더 앞장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씨가 노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젊은이들이 치매에 걸린 부모를 병원에 보내 놓고 그대로 방치하는 세태다.

이 때문에 채씨는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아지면 자신의 집 한 쪽에 방을 마련해 치매노인 5명 정도를 모시고 함께 살 생각이다.

채씨는 "치매 병원에는 수년 동안 자식들이 한 번도 찾지 않는 어르신들도 많이 있다"며 "이들이 `집에 가고 싶다"며 투정을 부릴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노인들을 보살필 계획"이라며 "사람들이 `나도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부모에게 조금이나마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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