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제 과복용하면 하지정맥류 위험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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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제 과복용하면 하지정맥류 위험 5배
  • 윤종원
  • 승인 2005.09.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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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거져 나온 하지정맥류 증상 때문에 최근 병원을 찾은 이모(54.여)씨는 뜻밖의 진단 결과에 놀랐다.

의료진이 추정한 하지정맥류의 가장 큰 발병원인은 다름 아닌 호르몬제 과다 장기 복용 때문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그녀는 폐경기 증세 때문에 지난 5년간 꾸준히 호르몬제를 복용했다고 한다.

하지정맥류는 발끝에서 심장 쪽으로 순환돼야 하는 정맥혈들이 판막(밸브)기능의 이상으로 다리 쪽으로 혈액이 역류돼 정맥혈관이 확장되는 질병으로, 주로 장시간 서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생이 잦다.

이 때문에 정맥혈들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하지정맥류 환자들은 다리에 울퉁불퉁한 혈관들이 마치 힘줄이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이 질환은 어느 한가지 원인 때문에 발병되는 질환이 아니라 유전, 임신, 직업력, 생활습관, 호르몬제 복용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요소 및 생활습관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이씨의 경우 두 번의 출산경험이 유일한 발병요소일 수 있지만 호르몬 과다 복용이 하지정맥류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하지정맥류 전문병원 길 흉부외과(원장 양주민, 김윤규)은 서울과 울산지역에서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은 1천700명을 조사한 결과 호르몬제를 장기 복용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최고 5배 이상 높은 하지정맥류 발병률을 보였다고 21일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보통 남성과 여성의 유병률이 3대 7 비율인데 이는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출산을 경험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주민 원장은 "이씨의 경우 두 번의 출산만으로도 정맥혈관이 약해질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출산 이후 피임을 위해 약간의 호르몬약을 복용한 것과 이후 폐경기 때문에 호르몬제재를 복용한 게 더 큰 발병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갱년기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호르몬제 복용을 중단해도 무리가 없다는 의견을 비쳤지만 환자가 계속해서 복용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당 수 환자가 이씨처럼 호르몬제를 장기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길 흉부외과의 이번 조사결과는 `호르몬 치료를 받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정맥에 혈전이 생길 위험이 두 배 높다"는 미국 의학회의 논문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3년 9월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해 가능한 단기간 내에 최저단위로 호르몬제재를 복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양 원장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복용하는 호르몬제재를 복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해로운만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한 후 증상에 맞게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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