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소망]선후배 아우르는 든든한 버팀목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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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소망]선후배 아우르는 든든한 버팀목 되고파
  • 병원신문
  • 승인 2016.01.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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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인 새해소망-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홍보팀 노운성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눈송이가 흩날린다. 15년 전 부모님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시던 날도 오늘처럼 눈이 내렸다. 빨갛게 언 내손을 부여잡고 오열하던 친척들의 모습이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진다. 매년 12월말 부모님 기일마다 산소에 가지만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며칠 전 유치원 발표회에서 덩실덩실 엉덩이춤을 추었던 딸아이의 이야기를 해드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이다. 마치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설렘 같다고 해야 할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산소로 향하는 길이 원망과 그리움이 가득했다면 모든 걸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요즘은 한결 마음이 편하고 여유롭다.

그동안 앞 만보고 치열하게 살아왔다. 교복을 입고 방황하던 시절도,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았던 군 시절도, 미친 듯이 공부에 매진했던 대학시절도, 병원에 입사해 인정받기 위해 분주했던 지난날들도. 그래서인지 한해를 마무리 하고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은 내겐 사치라 여겼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 아내와 함께 딸아이의 재롱을 보고 있자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안정되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생전 없던 다른 부류의 욕심이 생긴다. 작년부터 가족이 한데모여 한해를 정리하고 다음해 가족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갖고 있다. 목돈 만들기, 건강검진하기, 딸아이 책 읽어주기와 같은 소소하지만 예전에는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이다. 물론 실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내의 푸념 섞인 책망을 듣기 일쑤이긴 하지만.

작년에 계획했던 계획 중 절반이 새해 계획으로 다시 들어간다. 별것 아니지만 내키지 않는 계획들에 대해선 아내에게 타협을 시도해 보지만 어림없어 보인다. 그래도 작년에는 없던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대학원 진학. 배움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섣불리 결정할 수 없었던 목표중의 하나이다. 내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가정과 그 가정의 생존과 꿈을 지탱하는 직장.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좀 더 많은 배움과 자기계발을 위해 그리고 더 행복한 가정을 위해 과감히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대학원 등록금이 부담이지만 앞으론 저녁상에 김치만 올리겠다면서도 내 결정을 응원해 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클래식을 즐겨 듣진 않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갔던 적이 있다. 수많은 악기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내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수많은 악기들이 하나의 하모니를 내기 위해서 훌륭한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소한 ‘오보에’라는 목관악기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오보에’는 연주 전 전체악기의 음높이를 조율하기 위해 표준음 ‘라’음을 불어준다. 다른 악기들은 이 표준음을 받아 악기의 음높이를 조율하게 된다. 하나의 완성된 하모니를 위해서 ‘오보에’의 역할은 실로 중요한 것이다.

병원도 오케스트라처럼 환자의 건강이라는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혜롭고 리더십 넘치는 지휘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눈에 띄진 않지만 표준음이 되어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오보에’같은 존재도 필요하다.

내년이면 병원에 근무한지 어느덧 9년째가 된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경험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어느새 많은 후배들이 생겨났고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 나를 포장하고 어필하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입사 초 힘이 들 때 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던 선배들과 비교하면 나는 한없이 작고 부족한 선배임이 틀림없다. 새해에는 다짐한다. 조직의 허리에서 믿음직한 후배로서, 닮고 싶은 자랑스러운 선배로서 순천향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주하는 ‘오보에’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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