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소망]나보다 모두를 위한 한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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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소망]나보다 모두를 위한 한해로
  • 병원신문
  • 승인 2016.01.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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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인 새해소망-인제대 상계백병원 암센터 유영진 교수

어렸을 때는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무엇인가 무서운 것이 쫓아와서 기를 쓰고 도망가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지곤 했었다. 어머니께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고 위로해 주시기도 했다. 소변은 너무나 마려운데 언덕 위에서 서서 소변을 보려고 하면 자꾸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떨어지던 꿈도 기억이 난다. 다시 일어나 기어 올라가서 소변을 보려 하면 또 다시 미끄러져 떨어지곤 했었다. 그러다가 깨어보니 이불에 실례를 하기 일보직전이어서 급히 화장실에 달려갔었다. 꿈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았으면 분명히 이불에도 지도를 그렸을 것 이다.

매일 꿈을 꾸던 시절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꿈을 잘 꾸지 않는다. 정말 꿈을 꾸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밤에 꿈을 꾸어도 해마의 기능이 나빠져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분명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 밤에 꾼 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누구나 꿈은 꾸지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고 하지만, 기억하지 못한다면 꿈을 꾸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밤에 자면서 꾸던 꿈들이 점차 기억의 저 편으로 밀려날 때, 미래에 대한 꿈도 점차 기억의 저 편으로 함께 밀려나는 것을 느낀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나이가 들어서도 꿈을 이야기했는데 내 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새해에는 로또복권에 당첨되게 해 달라는 소망을 가질까? 그러려면 여태 한 번도 사보지 않은 로또복권을 적어도 한 번은 사야 하겠군! 새해에는 내가 산 주식의 가격이 올랐으면 하는 꿈을 가질까? 그러려면 한 주 장난 삼아 산 주식의 양을 늘려야 하겠군!

그렇지만 나는 내가 밤에 꿈을 꾸던 시절에 꾸었던 그 꿈, 그 소망을 또 다시 가지고 싶다. 남들은 뜬금없는 말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지만, 나는 새해의 소망으로 초등학교 때 부르던 노래에 나오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꿈을 가져보고 싶다. 학교 선생님들에 의해 또는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지고 주입된 초등학생들의 소망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북한의 어린이들이 외워서 앵무새처럼 말하는 소망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내가 스스로 꾸는 꿈으로서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가지고 싶다. 나 자신의 행복보다 어린 날 가졌던 올바른 것과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을 위한 것을 소망으로 가지고 싶다.

작은 것, 이룰 수 있는 것, 나를 위한 것을 소망하기 보다, 큰 것, 이룰 수 없는 것, 모두를 위한 것을 소망하고 싶다. 광고에 의해, 대중매체에 의해, 체제에 의해 만들어진 욕망이 아닌, 내 속의 욕망을 되찾고 싶다. 프랑스철학자 자크라깡의 말을 빌면, 이것이 “네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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