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 유인우주선은 지옥의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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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 유인우주선은 지옥의 3년
  • 윤종원
  • 승인 2005.09.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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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20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고 이어서 5천600만㎞ 떨어진 화성에까지 인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선언했지만
화성 왕복 여행은 최장 3년까지 걸리는 극한의 지옥 체험이 될 것이라고 영국의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가 내년 봄부터 시작하는 500일 간의 화성 탐사 모의실험 현장을 방문, 장기 우주 여행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소개했다.

러시아 의학.생물문제연구소(IMBP)가 계획중인 화성유인탐사 시뮬레이션 실험은 `지상실험단지"(GEC)라 불리는 노후 우주선에 6명의 다국적 자원자를 500일 간 `감금"해 놓고 미기후(微氣候)와 독물학, 면역학, 미생물학 임상적 문제와 인간 심리학 등 장기우주여행의 온갖 측면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단일비행으로 세운 최장기 우주체류 기록은 발레리 폴랴코프가 지난 1994년부터 1995년까지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세운 438일이지만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전망이다.

우주선 내부는 밀폐공포증을 일으킬 정도로 좁고 조명은 흐릿하며 창문도 없다. 한 쪽 벽에는 벙크 침대들이 줄지어 놓여있고 반대편에는 배설물을 식량과 산소, 물로 바꾸는 재생장치가 설치돼 있다. 해치를 열면 두 개의 캡슐로 연결되는데 하나는 식물 재배장이 딸린 생활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용 공간이다.

여기에 화성 표면을 시뮬레이션한 두 개의 모듈이 추가되면 GEC의 공간은 총550㎥로 늘어난다.

여행 시간은 화성 착륙과 탐사시간까지 합쳐 최소 18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걸리는데 이 동안 우주인들은 태양 방사선에 사정없이 노출되고 무중력상태에서 뼈와 근육은 쇠퇴해가며 여행 말기에는 문제가 생겨도 즉각적인 지구기지의 도움 없이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교신에 20분씩 걸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포장된 급식 외에 스스로 키운 식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야 하며 여러 달 동안 머리쪽으로 6~8도 기울어진 침대에서 자면서 무중력상태에서 혈액 순환을 조절해야 한다.

승무원 가운데 한 사람은 반드시 의사여야 하는데 만일 승무원들 사이에 싸움이라도 나서 누군가의 팔이 부러질 경우 그는 기내 데이터베이스와 지상사령부의 지시를 합친 원격의술로 이를 고쳐야 한다.

실제로 지난 1999년 240일 간 계속된 러시아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시뮬레이션 실험 때는 연말을 맞아 특별지급된 포도주와 보드카를 마신 참가자들 사이에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만취한 러시아인 남성 참가자가 캐나다인 여성 참가자의 목구멍에 혀를 밀어 넣으려고 한 일도 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후 닫혀버린 두 팀 사이의 해치는 한 달 동안 열리지 않았다.

또 한 자원자는 도중에 포기했지만 나머지 승무원들은 경험있는 우주인들과 의사들의 방문을 받고 간신히 진정됐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례도 실제 우주여행 중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기꺼이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화성여행 중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는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구 소련은 수천 건의 장기 우주여행 모의실험을 실시해 자료를 축적하고 있으며 GEC는 이런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 실험에는 벌써부터 참가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데 지원자의 상당수는 실제 우주선 탑승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는 엔지니어 예프게니 키류신(55)은 "생애 최고의 경험이었지만 가장 나쁜 것은 고립감이었다. 여러 달을 비좁은 곳에서 같이 지내고 나서는 참가자들이 사소한 일로도 격분하곤 했다"고 말했다.

현재 북극에서 시뮬레이션 실험을 하고 있는 러시아 화성학회의 로베르트 주브린 회장은 "생명유지장치의 실험은 분명 유용할 것이다. 문제는 심리적 측면인데 우주여행 끝에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문제는 심신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화성에 착륙한다 해도 활발하게 화성 탐사작업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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