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는 말
상태바
심장이 뛴다는 말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5.12.01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환자실과 수술장에서 보낸 흉부외과 의사의 치열한 10년의 시간에 관한 기록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흉부외과 정의석 교수가 전공의 시절부터 10년간 수술실과 중환자실에서 겪었던 시간에 관한 기록을 책에 담았다.

최근 출간된 '심장이 뛴다는 말'은 어떠한 꾸밈도 가감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짜 병원 풍경만을 기록했다. 

삶과 죽음을 10년간 맞닥뜨린 저자는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 같은 건 어차피 없고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더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것뿐"이라며  ‘죽음’이 기어이 ‘삶’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언젠가 스러질 육체를 가진 인간에게 병원은 그 자체로 삶의 빛과 어둠이 강렬하게 부각되는 장소일 수밖에 없다.

병원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질병이나 의학 관련 뉴스가 언제나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이유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환자나 보호자가 되어 병원을 찾지 않는 한, 병원의 진짜 풍경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병원은 모르고 살수록 좋은 곳이라 믿고, 이해당사자가 아닌 한 알 필요가 없는 곳으로 병원을 꼽는다.

현대인에게 병원은 삶을 시작하는 장소이자 삶을 마감하게 될 유일한 장소로 기능하고 존재한다.

누구나 언젠가 병원에 가게 될 것이고, 그곳에서 적나라한 인간의 풍경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 병원이 일이고 삶인 한 흉부외과 의사의 안내에 따라 병원의 내부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종합병원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전공의 시절부터 기록해온 일기에서 출발했다.

매일 수술장과 중환자실, 응급실을 뛰어다니는 사이에, 잠들면 안 되는 밤이나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저자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기록 속 병원은 극한의 상황, 극단적인 상황, 극적인 상황이 매일매일 무한 반복되는 곳이다.

엄청난 피와 땀, 비명과 눈물이 페이지 갈피마다 새겨져 있다. 돈 때문에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는 환자가 있고, 무지와 고집으로 죽음에 이르고 마는 환자도 있다.

가망 없는 환자를 붙들고 놓지 못하는 가족이 나오고, 가망 없는 환자를 죽게 했다고 발길질을 날리는 보호자가 나온다.

그리고 능력에 대한 불안과 무거운 책임감 사이에서 번민하는 의사가 언제나 그들 속에 있다. 기적이나 감동은 드물게만 일어난다. 어떠한 꾸밈도 가감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진짜 병원 풍경만이 담겨 있다.

책에는 저자가 심장 전문의로 만난 여러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된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모두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이다.

폐에 종괴가 발견됐지만 안수치료를 받겠다고 병원을 탈출해 20일 만에 저세상으로 간 환자(2005년 3월 7일), ‘편히 가시길 바란다’며 50대인 어머니의 수술을 포기하려는 아들(2008년 5월 4일), 대동맥이 터진 채 한밤중에 응급실로 실려 오는 환자, 숨소리를 크게 내는 것조차 허락지 않는 수술장의 긴장과 고요한 풍경, 혼수상태 환자의 의식이 돌아오길 기도하는 보호자들, 긴 시간의 투병으로 쇠약해진 환자들이 신음하는 병동, 그 모든 고통과 절망의 틈새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의료진의 이야기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자신이 환자 또는 보호자가 되기 전까지는 결코 질병에 대해, 죽음에 대해, 그리고 의사의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는 정말 그 순간이 닥쳐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미처 알지 못한 채 허둥거릴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토록 생생하고 치열한 의사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석 교수는 “누구나 결국은 만나게 되는 세상에 대하여 조금은 많이 알게 된 것들을 담담히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윙밴드, 264쪽, 1만3천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