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계절 가을, 너무 타면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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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계절 가을, 너무 타면 ‘병’이다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5.10.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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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성 우울감과 우울증 구분해야
증세 양태 다양해…자의적 판단은 금물

직장인 이소룡 씨(33세, 남)는 지난해 첫 자녀를 얻은 초보 아빠다. ​업무와 육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씨에게 최근 들어 감정상의 문제가 생겼다. “특별히 불쾌하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감정 전반이 무뎌진 것 같다”는 이 씨는 “일과 관련한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화하고 싶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가을의 날씨나 풍경에도 감흥이 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독과 우울은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는 올해 최초로 우울장애유병률 결과가 첨부됐다. 내용을 보면 만 19세 이상 국민의 우울장애유병률은 6.6%이며, 이 중 18.2%만 정신문제에 대한 상담 또는 치료 경험이 있었다.

쌀쌀한 날씨와 날로 높아지는 하늘 탓에 가을은 흔히 남자의 계절로 일컬어진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단시간 감정이 변화하는 계절성 우울감도 있지만 이 같은 상태가 장기화 되면 질병의 하나인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외로움과 쓸쓸함에 깊은 생각이 더해지는 단어 ‘고독’은 예술이나 철학의 밑거름이 되는 긍정적인 면을 갖는다. ​타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환기되어 관계를 개선하기도 하고, 사색의 단초가 되어 창작의 의지를 불어넣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독’에는 심각한 염세적 경향이나 자기파괴적 욕구가 배제되며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 정도의 무기력감이 동반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울증에는 이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뒤따라 문제다.

식욕저하, 수면장애, 불안, 성욕 및 집중력 저하는 대표적인 우울증의 증세다. ​우울증은 이 밖에도 다양한 양태를 보이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 및 대처는 금물이다. 사례자와 같이 매일 돌아오는 업무나 일과에는 문제를 느끼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감정이 건조화 되면서 대인을 기피하게 되는 증세도 우울증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우울증 그 자체로도 삶의 질을 떨어트리며 사회적 관계망을 훼손하지만, 극단적으로 발전했을 때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를 요한다.

지난 14일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자살 사망자는 총 1만3천836명으로 전년 대비 591명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남성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38.4명으로 같은 조건에서 16.1명을 기록한 여성보다 2.38배 높았다. ​

H+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사회적 압박에 노출되는 경향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남성 우울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인 위치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아 더욱 심각한 상태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가을 우울감, 심각하다면 질병
우울증은 다양한 원인에 따라 발생하고 그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양태도 매우 폭넓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 정신과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치료나 인지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도입해 환자의 사태를 개선하고자 한다.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전조질환은 선제적으로 대응해 치료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알코올중독증이나 수면장애 등 연관성이 높은 질환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명상 등의 방법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지나치게 고조돼 있는 긴장감이나 심리적 압박 요소가 있다면 이 또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개인이 짊어질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는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있지는 않은지, 타인의 기준과 잣대에서 자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배우자의 육아나 출산이 원인이 되어 우울증을 앓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변에 급격한 변화가 있은 후 감정적으로 이상이 느껴진다면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H+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정신건강에 위해한 요소에 자주 맞닥뜨리는 우리 사회의 상황에서 우울감과 단순 고독감을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한 고독감이라 할지라도 그 기회를 말미암아 자신의 생활에 있어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소가 있지 않은지, 본인의 정신건강이 충분히 안정적인 상황인지 헤아려 보는 것도 좋겠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 H+양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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