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신데렐라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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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신데렐라 맨
  • 윤종원
  • 승인 2005.09.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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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꼭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이 영화는 감동 실화를 다루고 있다. 절망에 빠진 대공황 시기 서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줬던 복싱선수 제임스 J.브래독(1906-1974)의 이야기다. 제목 "신데렐라 맨"은 그의 드라마틱한 성공에 빗대어 당시 한 신문사가 그에게 붙인 별명이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호흡을 맞췄던 론 하워드 감독과 러셀 크로가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브래독의 삶에 흥미를 느꼈던 크로가 하워드 감독에게 영화화를 제안한 것. 스스로가 원했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크로는 촬영을 앞두고 22㎏을 감량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고 덕분에 최근 몇년간 중 가장 샤프한 모습을 선보인다.

세 아이들,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복싱선수 브래독은 그러나 대공황을 맞으며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된다. 주력이었던 오른손 부상으로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게된데다 그 손으로 인해 부둣가 하역일을 따내는 것조차 힘들게 됐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아내는 아이들을 친척집으로 보낸다. 그러자 브래독은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은 같이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죽을 각오로 다시 복싱에 뛰어든다.

그는 소시민의 영웅이었다. 만신창이가 돼 경기에 이긴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빚이나 갚는 수준. 그러나 덕분에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다면 의미는 충분했다. 자연히 영웅심도 없다. 영웅이 돼서 흔히 겪게 되는 자만과 또다른 실패가 없는 것은 그 때문.

영화는 갈 길을 하나하나씩 두드려주고 짚어주며 걸어간다. 그러다보니 속도감이 다소 떨어진다. 실화를 다룰 때의 피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대로 멋을 부리지 않은 덕분에 감동의 무게를 끝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한다. 복싱 선수로서의 부와 명예보다는 가족애를 강조한 것 역시 여성 관객의 시선을 적절히 사로잡는다. 러셀 크로의 부인 역으로 A급 배우인 르네 젤위거가 등장한 것은 바로 여성관객에 대한 배려.

와중에 하워드 감독은 복싱 경기 연출에서 결코 힘을 빼지 않았다. 결과를 뻔히 아는데도 불구하고 막판 대접전이 대단히 흥미롭게 펼쳐지는 것. 2명을 죽음으로 내몬 헤비급 챔피언과의 15라운드 접전이 한 순간도 지겹지 않게 진행된다. 펀치 한대한대에 실린 무게감과 삶의 치열함이 잘 전달된다.

그러나 크로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브래독의 코치 역을 맡은 폴 지아메티다. "사이드웨이"에서 노총각 삼류작가로 출연, 와인같은 연기를 펼쳤던 지아메티는 이 영화에 꼭 필요한 양념 같은 역할을 했다. 인간적인 승부사의 모습은 여운을 짙게 해준다. 이 영화를 통해 다시한번 아카데미상을 노린 것은 크로이겠지만 정작 영예는 지아메티에게 돌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

브래독은 1964년에 복싱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이후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 말년에는 자신이 하역일을 했던 부둣가에서 중장비 회사를 운영했다.

9월 15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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