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독감 예방접종 사업…개원가는 '무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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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독감 예방접종 사업…개원가는 '무반응'
  • 박현 기자
  • 승인 2015.03.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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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해서는 해야 하나…"의원에 큰 혜택은 없을듯"
보건소에 신청하면 배급하는 시스템, 수가도 1만2천원 수준

정부가 오는 9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독감접종비를 전액 지원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이하 NIP)이 도입되지만 접종을 담당하는 일선 개원가에서는 못마땅하다는 분위기이다.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하는 예방접종심의위원회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수가를 책정했다. 이날 예방접종심의위는 2015년도 65세 이상 노인 독감예방접종 백신수가를 1만2천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최소 1만8천원 정도의 수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금액(1만2천원)은 초진환자를 한명 더 보는 것보다도 못한 금액인데 반해 시간투자와 위험부담 등은 더 크다는 것이 개원가의 반응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및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3년에 걸쳐 건강보험수가 정책에 의거해 예방접종 수가를 산출한 결과 2009년에는 1만5천원, 2014년에는 1만8천원 수준으로 책정이 됐다. 그런데 올해는 오히려 이보다 적은 1만2천원으로 책정이 된 것이다.

예방접종 수가에는 백신가격 이외에도 여러가지 제반사항을 포함한 수가를 책정해야 하지만 1만2천원 수준이라면 개원가에서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65세 이상 노인 독감예방접종 사업 자체가 개원의들에게는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니지만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다.

일단 전국의 모든 보건소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시행할 것이고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급 의료기관은 기존의 환자들까지 다른 의원에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해석이다.

한 내과 원장은 "65세 이상 노인 독감 예방접종 사업에 굳이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만약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서 접종을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환자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에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1만2천원 수준으로 책정된 65세 이상 노인 독감 예방접종 수가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개원내과의사회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접종비 1만2천원을 표결로 통과시켜 의료계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소아 NIP 사업에서는 2009년 1만5천원, 2014년 1만8천원의 접종비용을 책정해 시행하고 있는데 노인 독감 접종비용만을 일방적으로 1만2천원에 결정해 의료계에 강요하는 것은 기본 예방접종 사업 정책을 완전히 무시하는 비현실적인 정책이며 묵묵히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과의 소통없이 진행하는 불통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의사회는 "접종수가에는 초진진찰료, 주사료, 백신 관리료, 재료비, 적정 기회비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사업 예방 접종 등록관리 시스템에 등록하고 전산처리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지금까지 진행돼 온 수가보다 그 이상의 수가산정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헐값 독감 NIP 사업을 추진하는데 대해 커다란 우려와 실망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개원내과의사회는 부적절한 독감 예방접종 수가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 대응을 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명희 개원내과의사회장은 "내과만 단독으로 노인독감 NIP 사업에 반대할 수는 없다. 의협이 수가의 무제점을 지적해줄 것을 부탁했다. 일단 내과의사회 회원들에게는 의협 차원의 지침이 있을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노인독감 예방접종 수가가 터무니없는 낮은 수가로 책정될 경우에는 이후에 다른 백신이 NIP에 포함될 경우에 이번 사례가 기준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이번에 결정된 수가의 경우 그동안 노인환자들에 대한 봉사차원에서 행해진 접종수가가 기준이 됐다. 적정한 수가책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NIP에 포함되면서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 3개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독감백신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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