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仁峯 金鎭福 선생님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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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仁峯 金鎭福 선생님을 기리며
  • 박현
  • 승인 2005.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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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윤여규
입추도 지나 가을의 문턱에 다다라, 점점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을 느끼게 되는 지금, 갑작스럽게 선생님을 떠나보내게 되어 우리 모든 외과 교실원들은 허전하고 텅 빈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의 외과를 이끌어 오시고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하신 의학계의 기둥이셨습니다. 1958년 본교를 수석졸업하신 후 미국에서 외과수련을 하시면서 선진의술을 익히셨고, 본 교실에서 외과교수로서 근무를 시작하신 이래 평생을 후학 양성과 환자진료 및 의학연구에 몰두하셨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위암환자가 많음을 보시고 이에 대한 연구와 치료에 평생을 몸 바치셨으며 이루신 학문적인 업적과 성과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내용으로 선생님께서는 위암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셨습니다.

한편 본 교실의 주임교수를 오랜 기간 역임하시면서 본 교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외과가 세계 속에 알려질 수 있도록 선구자의 역할을 하시었습니다. 수많은 학회와 모임의 직책을 맡으시어 최근까지도 정열적으로 봉사하셨고, 본교를 정년퇴임하신 후에도 인제의대로 자리를 옮기셔서 쓰러지시기 전날까지도 환자진료와 학문연구에 여념이 없으셨던 선생님의 열정은 저희 후학들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이었습니다.

또한 이루신 학술적인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가쁠 정도이고, 국민훈장 무궁화장 및 모란장을 수상하셨을 뿐 아니라 5.16 민족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하셨으며 특히 콜롬비아 대통령을 치료하신 후 받은 콜롬비아국 대십자훈장 등은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영정을 뵈니 평소에 저희들에게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외과의사는 내과치료의 모든 것을 아는 것 위에 수술이라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지식습득을 강조하시는 한편 "외과의사는 100점짜리 수술을 해야지 99점짜리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으며 그 말씀은 지금까지도 저희의 자세를 돌아보며 항상 완벽한 수술을 하기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수술장에서는 아주 엄격하셔서 선생님의 발자국소리가 뚜벅뚜벅 들리기 시작하면 모든 전공의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선생님과 함께 수술을 하는 날이면 전날부터 몸과 마음가짐을 다시 가다듬고 수술에 임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으로는 자상하심도 있어서 당신께서 야단치신 다음에는 혹 마음 상해할까봐 농담을 해 주시며 마음을 풀어주시려 하였던 선생님이셨습니다. 병상에서도 저희를 보시면 고통을 감추시고 미소로 맞아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제 저희는 선생님을 떠나보내려 합니다. 가장 어른이셨던 분이 떠나가심으로 인해 고아가 된 것 같은 마음을 감출 수 없으며, 새해가 되어도 인사드리러 갈 수 없게 되었지만, 선생님께서 밟아오신 발자취를 항상 기억하며 저희도 선생님의 뒤를 따라가려 합니다.

선생님께서 사랑하셨던 본 교실을 저희도 더욱 사랑하고 가꾸어 세계속에 이름을 떨치는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그리하여 "역시 김진복 선생님의 제자들은 다르구나"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저희를 채찍질하겠습니다. 부디 평화와 안식이 선생님과 함께 하길 기원하며 저희 서울의대 외과학교실원의 존경을 모아 선생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선생님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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