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는 줄거리의 전개를 전환하기 위한 장치로 암전 효과를 쓴다.
무대 전체가 잠시 깜깜해지는 동안 배우와 사물이 부지런히 바뀌어 가는데, 그 때 관객들은 지난 1막의 감상을 떠올리며 다가오는 2막을 기대하는 ‘쉼표’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인생도 한편의 연극이라고 본다면, 12월은 마치 생활 속으로 끼어 든 암전처럼 의미심장한 쉼표를 던진다.
일종의 움직이는 쉼표랄까. 쉼표는 어느새 짖궂은 물음표로 변해 엊그제의 일마저도 가물가물한 나의 몹쓸 기억력을 두드린다.
올해 나의 업무적 화두는 ‘공공의료기관의 홍보’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였다. 그 동안 문화부 산하기관과 복지부 등에서 정책홍보를 담당했던 나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의 PR업무를 맡게 됐다.
많은 홍보인들이 비슷하게 갖는 고민 중 하나가 PR이라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각 대상에 잘 맞는 콘텐츠와 채널을 선택하는가, 하는 일이다. 의료원 역시 일반 홍보의 역할에 크게 벗어나 있지 않지만 공공의료기관의 특성상 유념하여 선택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에는 민간병원에서는 하기 어려운 사회취약계층 진료서비스와 재난외상센터 운영, 감염병 관리, 공공의료 연구 및 관리 등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어 공공성과 신뢰성이 더욱 요구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세월호 사건이나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과 같은 재난 및 감염관리가 큰 이슈가 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이 그 여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홍보팀은 에볼라를 대응하기 위한 준비상황과 현장의 모습들을 정확하고 면밀하게 살펴 각 매체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취재지원과 유관 기관과의 원활한 업무협조 및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공공의료를 PR할 때는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보다 열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올 한 해 국립중앙의료원 홍보팀은 에볼라 대응을 비롯해 원지동 이전 등 굵직한 공공의료의 현안에 앞장설 수 있어 업무의 보람과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의미가 컷다.
앞으로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의 브랜드 가치를 널리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 위에서 보다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기를 바란다.
건강을 우선으로, 인생의 새로운 2막이 열리는 무대 위에서 의료원을 대표하는 가치 있는 홍보인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