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의 고대 매듭은 회계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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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고대 매듭은 회계 보고서
  • 윤종원
  • 승인 2005.08.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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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잉카 문명의 매듭을 놓고 지금까지 계속돼온 결승문자 여부 논란이 마침내 미국 학자들에 의해 해결됐다.

하버드대의 개리 어튼과 캐리 브레자인 등 연구진은 잉카 시대의 결승문자 21개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이 매듭들이 특정 지명을 나타내거나 인구조사, 공물 납부 등 지방 행정당국의 활동을 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임을 밝혀내고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염색된 끈을 사용한 잉카의 매듭을 놓고 학계에서는 이것이 결승문자라는 주장과 단순한 셈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주장 등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를 해석한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러나 하버드대 연구진은 키푸(khipu, 또는 quipu)로 불리는 결승문자 가운데 첫 부분에 나타난 세 개의 8자 매듭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이것이 현재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진 푸루추코라는 도시를 나타낸 지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또 "이런 형태의 매듭이 들어있는 키푸가 지방 행정당국 안에서 이동했다면 관리들은 즉시 이를 푸루추코 궁과 관련된 회계장부로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특정 형태의 매듭이 지명을 나타내는 것임을 확인한 것은 결승문자를 해독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튼은 성명을 통해 "이 연구는 잉카의 다단계 회계직제 안에서 어떻게 이처럼 복잡한 정보가 축적되고 조작되고 공유돼 왔는지를 짐작케 해 준다. 고위 관리가 하급자에게 내리는 지시가 키푸를 통해 하달됐을 것이며 반대로 지방의 회계원들은 수행한 업무 내용을 키푸로 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루의 박물관들에 소장돼 있는 약 650~700개의 키푸 가운데 3분의2는 십진법을 사용한 매듭을 갖고 있어 이들이 회계용임을 시사하고 있지만 다른 키푸들은 다른 형태의 매듭을 갖고 있으며 이는 아마도 문자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매듭들은 계산용이 아니라 서술용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우리가 대상을 세는데 이런 숫자를 사용할 수 있다면 라마(낙타과 동물)나 신, 점령한 도시, 병사 등 대상을 어떻게 지칭했는 지에 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고고학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 된 카랄이란 고대 도시에서 키푸를 발견했으며 이로 미루어 복잡한 내용을 담은 결승문자가 4천500년간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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