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진료 주장? 무지의 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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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과잉진료 주장? 무지의 소치”
  • 박해성 기자
  • 승인 2014.04.0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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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갑상선학회 이사장, 의사연대 논란에 ‘일침’
정부의 합리적인 입장 정리 촉구

최근 유명 대학병원의 교수와 의사들이 포함된 의사집단이 갑상선암 과잉진단 및 과잉진료를 지적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전문가집단이 진화에 나섰다. 

▲ 정재훈 이사장

대한갑상선학회 정재훈 이사장은 4월1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갑상선암 과잉진료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실이 무척 안타깝다”며 “갑상선학회는 갑상선암 진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2010년에 제시하는 등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일부 비전문가들의 근거 없는 주장에 크게 현혹될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갑상선암 과잉진료에 대한 논란은 신상원·안형식 고려의대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 등 의사 8명으로 구성된 ‘갑상선암 과다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가 최근 “건강검진 시 갑상선암에 대한 초음파검사가 불필요하다”는 등의 주장을 들고 나오며 시작됐다.

갑상선암 진료기준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도 간간히 제기돼 왔으나 이들이 유명 의료기관의 의사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더욱 확대되며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갑상선암 수술이 대거 취소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대표단체인 갑상선학회가 “이 같은 주장은 비전문가들의 근거 없는 견해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논란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정재훈 이사장은 “이번 논란의 당사자들인 8인의 의사연대는 이름 있는 의료기관의 의사들인 점은 분명하나 갑상선암 분야에서는 비전문가들일 뿐이다”라며 “제대로 된 근거가 없는 이들의 주장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돼 학회 차원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설명하고 그들의 주장에 대한 오류를 조목조목 짚어줬다.

- 1cm 이하의 갑상선암은 수술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10년 갑상선학회는 0.5cm 이하의 갑상선암은 림프절로 진행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한 조직검사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1cm 이하로,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레이존에 있는 0.6~1cm인 경우이다.

갑상선암이 사망률이 낮다고 하지만 원격전이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 노구치 교수가 40여 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0.6~1.0cm 크기의 갑상선암 35년 재발률이 14%에 달하고, 0.6~0.8cm 정도에서 원격전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수술은 필요하다. 미국갑상선암학회 또한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이 높은 만큼 수술은 불필요하다?
갑상선암을 놓고 5년 생존율을 논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진행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뒤늦게 재발하고 뒤늦게 사망하는 암’이라고 불린다. 즉 누적 사망률은 진단 후 5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3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이에 갑상선암은 최소 15년 이상의 관찰기간이 필요하므로 갑상선암 생존율을 최소 10년 이상의 긴 기간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일반적인 암과 같이 5년 생존율로 논하는 것은 이 같은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 증상이 있거나 손으로 만져지는 암만 치료하라?
크기가 큰 암들은 호흡곤란, 신경마비 등의 압박증상을 야기하지만 크기가 작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다.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됐다는 것으로 완치 목적의 치료가 어려운 때이다.

아울러 촉진에 의한 암만 치료하라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갑상선종양의 경우 정상 성인의 평균 4~7%에서 촉지된다. 종양의 위치와 크기, 목의 두터운 정도,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를 위한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권리를 국가나 일부 단체가 막을 수는 없다. 또한 그에 따른 책임을 그들이 질 것도 아니며 현실적인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이번 의사연대의 주장으로 인해 초음파검사 자체가 독이 되는 검사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생겨날 수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앞으로 풀어나갈 방향은?
갑상선암 발생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의료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에 반성이 필요하다.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는 절대적인 해악이므오 반드시 피해야 하나, 이를 빌미로 비합리적이고 획일적인 제제가 가해져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입증된 자료에 근거해 제시된 진료지침에 따라 환자를 처치하거나 관리하면 된다. 치료 계획은 개인의 의학적 상태, 동반질환의 유무, 진행상태 파악 및 기대여명 등을 고려해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수립돼야 한다. 환자 생명과 안위를 위한 의료행위가 경제적 논리에서 접근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갑상선암 치료와 관련된 논란을 제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지적에는 일부 공감하는 바이나 이 기회에 정부 또한 합리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학회 차원의 노력이 국민은 물론 혼란에 빠진 일부 의사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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