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클리닉]아주대병원 학습발달장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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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클리닉]아주대병원 학습발달장애클리닉
  • 정은주
  • 승인 2007.06.1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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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쑥쑥, 행복 쑥쑥 프로그램 진행, 아동 언어지체 치료
5살 남자아이를 둔 박모씨. 아이에게 ‘아빠 차 번호가 뭐니?’하고 묻자 아들이 ‘띨땀띨따’라고 크게 외친다. 5살이면 왠만한 의사소통에는 불편이 없는 나이임에도 아들은 정확한 발음이 안돼 7374의 차량번호를 이렇게 말한다. 그나마 이 정도는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혼자 의견을 말할 때는 도무지 알아듣기 힘들다.

김모 씨는 좀처럼 말을 안하려는 딸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묻는 말에 고개만 끄덕이고 가끔 손짓으로만 의사를 표현한다. 3살 난 딸아이가 사용하는 어휘는 엄마, 물 등 기본적인 어휘가 고작이며, 그나마 말보다 표정이나 행동이 앞서기 일쑤다.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하면 흔히 ‘늦되는 아이’라며 ‘때가 되면 다 한다’고 방치하기 쉽다. 말을 제대로 못해서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하면 별난 엄마, 유난스럽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자칫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또래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2차적인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학습 및 발달증진클리닉은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를 위해 최근 2-5세 아동을 위한 언어자극법 ‘언어 쑥쑥, 행복 쑥쑥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전문자격을 갖춘 언어치료사가 보호자 교육을 통해 가정에서 언어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언어발달을 유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치료 프로그램이 5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아주대병원은 2-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언어능력 지체로 인한 또래관계의 어려움이나 사회성 장애, 학습능력 저하 등 2차적인 문제를 조기에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언어 쑥쑥, 행복 쑥쑥 프로그램 운영
언어 쑥쑥, 행복 쑥쑥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유아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놀이’를 통해 언어치료를 한다는 점이다.

대상 아동의 나이가 2세부터인 점을 감안해 놀이교육을 통한 지도, 보호자의 놀이방법 습득 등을 통해 아이의 말하기를 고쳐나간다.

프로그램 대상은 만2-5세 아동 중 손짓으로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는 아이, 간단한 지시에는 반응하지만 ‘엄마, 아빠, 물, 우유’ 등 10-20개의 단어표현이 이뤄지는 아이가 대상이다. 엄마와 놀때 놀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혼자 놀거나 눈을 맞추지 않아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아이나 과격한 행동이 동반되는 아이, 말문이 트였지만 다양한 문장이 이뤄지지 않는 아이도 포함된다.

아이뿐 아니라 아이가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다 해주는 보호자, 언어발달을 촉진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보호자,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망설여지는 보호자도 대상으로 한다.

이 병원 소아정신과 신윤미 교수는 “아이의 언어장애는 부모의 사소한 부주의나 적절하지 않은 습관 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님의 행동을 관찰한 후 아이와의 관계개선을 유도하면 언어지체는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모-아이 놀이관찰후 문제점 지적
프로그램은 먼저 엄마와 아이의 놀이장면을 녹화한 후 이를 보호자와 치료사가 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해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보호자와 아동과의 관계에서 유지돼야 할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 언어자극을 주는 방법을 중심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이후 부모에게 눈맞추기, 지시하지 않기, 아동 주도의 놀이 등을 교육하고, 교육내용에 따라 보호자가 다시 놀아보기를 하게 된다. 보호자가 습득되는 정도에 따라 교육을 진행하며, 각각의 교육에 대해서는 치료사가 놀이를 직접 보여준다.

언어검사 과정에서 검사자로부터 말을 빠르게 한다는 지적을 받은 보호자 A씨는 이를 다소 의아해했다. 아이의 놀이상황을 녹화한 비디오를 본 A씨는 “어른을 대할 때와 아이를 대할 때 말의 속도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몰랐다”며 “제 말의 빠르기와 아이에 대한 지시적인 말투를 고쳐 아이의 언어습관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말은 잘 안하는 김모씨의 경우 아이와의 대화는 모두 인지학습으로 이뤄져 있어 아이가 말문을 닫은 상태였다.

엄마는 늘 아이에게 ‘무슨 색이야?’ ‘이건 몇 개야?’라는 식으로 말을 한 것. 그 결과 아이는 글자가 나오는 과제에 대해선 모두 거부를 했다. 이 아이는 김씨의 질문형태를 파악하고, 질문보다 아이와 놀아주는 방법과 언어연령에 맞는 언어자극으로 바꾼 후 언어가 진전됐다.

완벽한 엄마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B씨는 아이와 놀때 상호작용에 집중하기보다 항상 다음 장난감을 준비하며 경직된 얼굴로 놀이에 임한 케이스. 엄마가 아동에게 집중하고 놀이 따라가기 방법으로 언어가 많이 향상됐다.

◆말없는 아이, 부모교육으로 상당부분 개선
관찰과 지적에 이어 2단계 프로그램은 보호자의 놀이방법 습득으로 진행된다.
1단계보다 더 심화된 과정으로 몸으로 놀기나 책으로 놀기, 장난감으로 놀기 등 놀이방법이 확장된 것이다. 몸으로 놀기의 경우 보호자와 아이의 관계개선에 초점을 맞춘 몸놀이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게 된다. 보호자와 아이의 상호작용이 저조한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책으로 놀기는 보호자가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방법이 아니라 아이의 관심과 기질에 따라 책을 읽어주면서 언어발달을 촉진시키며, 이때 아이에게 맞는 도서목록이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장난감으로 놀기는 아이의 놀이수준에 따라 장난감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장난감으로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게 된다.

1, 2단계 프로그램이 진행된 후 다시 엄마와 아이의 놀이장면을 녹화해 보여주고,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2-3주 후에 다시 만나 아이의 언어진전 및 놀이상황이 교육한 대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프로그램 진행은 보호자의 협조와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으나 대략 1-3개월 가량 걸린다.

신윤미 교수는 “대체로 5세를 전후해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언어지체로 인해 학교 및 유치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사회성 저하, 원만하지 못한 또래관계 등으로 이차적인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와 보호자와의 놀이를 통해 언어환경을 조성, 조기에 중재함으로써 더 이상의 언어지체를 방지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조기에 이를 치료,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그는 “정상적인 아동이라도 언어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보호자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아이와 보호자와의 관계가 좋아져 양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은 6월부터 시작됐으며, 학습발달 클리닉에서 진료한 뒤 간단한 평가를 거쳐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소 비정상적인 문제행동이 드러나거나 언어발달이 호전되지 않으면 치료실에서 직접 치료를 진행하고 6개월마다 재평가와 학습발달클리닉의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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