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 위해 인간도 곰처럼 겨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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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위해 인간도 곰처럼 겨울잠
  • 윤종원
  • 승인 2004.11.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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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화성까지 장장 6개월이나 걸리는 우주여행시 우주선 승무원들은 그동안 먹을 식량을 비축해야 하고, 배설물을 처리해야 하며, 또 막막한 우주공간에서 지루함을 달래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은 유럽우주국(ESA)의 의뢰로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인간을 동면상태에 놓을 수 있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과 베로나 대학의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아편 파생물인 `DADLE"라는 분자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진은 겨울잠쥐(dormouse)를 대상으로 DADLE 성분을 주입한 뒤 쥐의 몸에 부착된 센서로 체온과 심장박동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DADLE 주입 4시간 후 쥐의 체온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쥐의 활동도 상당히 둔화됐다"고 밝혔다.

겨울잠의 양태는 동물 종마다 달라 겨울잠쥐는 동면시 체온이 제로 가까이 떨어지고, 대사활동이 크게 억제된다. 이에 비해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안 정상체온에 가까운 체온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심장박동은 평소의 4분의 1로 줄어들며, 먹지도 않고, 대ㆍ소변도 보지 않는 상태로 3∼7개월을 보낸다.

파비아 대학 동물생물학과의 마르코 비지오제라 교수는 "DADLE 분자는 인간의 뇌에 있는 다른 분자들과 유사하며, 곰에게 겨울잠을 유발하는 단백질 중 하나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이 성분이 인간처럼 동면을 하지 않는 동물에게서도 대사기능을 억제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사 동면상태를 통해 우주선 승무원의 신체적, 정신적 요구사항들을 최소화함으로써 장기 우주여행시 필요한 식량과 물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승무원의 운동실 같은 공간을 없앰으로써 우주선을 경량화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또 이식장기의 이용 기간을 연장하고, 장시간의 심장수술시 환자의 대사기능을 억제하기 위한 약을 개발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동면 연구에 대해 미친 과학자들의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비지오제라 교수는 "그런 몽상가들이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도 중세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인간의 겨울잠 실현에 희망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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