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 의료 특별회계 신설에 시민사회단체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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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필수 의료 특별회계 신설에 시민사회단체들 반발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3.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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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의사‧병원 단체들에게 예산 편성 관련 특혜 줘
무상의료운동본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가짜라는 사실 입증

대통령의 지역·필수 의료 재건을 위한 특별회계 신설 발표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가짜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3월 27일 성명을 통해 의사·병원 단체들에게 예산 편성에 관여하도록 특혜를 주고, 세금을 퍼주는 것이 의료 개혁이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대통령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과 파업 의사들에게 자신감만 더해주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대통령실이 ‘지역·필수 의료 재건을 위해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등 과감한 재정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혀, 언뜻 보면 좋은 얘기로 들리지만 윤석열 정부가 가짜 의료 개혁을 위해 세금을 쏟아붓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가 의사 파업에 이렇다 할 대처도 하지 못하고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를 미룬채 2,000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의사 파업이 총선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정부로서는 그동안 쏟아낸 말 때문에 당장 2,000명을 줄이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건강보험 수가 인상에 이어 정부 재정도 과감하게 퍼줘 분기탱천한 의료계 달래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꼬집은 것.

그러나 정부의 이런 뒷걸음질은 의협과 파업 의사들에게 자신감만 더해줄 것이라는 게 시민사회단체들의 생각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우리는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 예산을 의사·병원 단체들과 논의한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의료계와 예산을 논의해 의견을 반영하면 그 예산이 의사·병원들에 유리하게 편성될 것이 뻔한데 정부가 ‘의료개혁’을 하겠다면서도 의료계에 특혜를 주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지역·필수의료 공백은 공공의료 확충 없이는 절대로 메울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중점으로 삼은 ‘의료 개혁’ 5대 재정사업은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필수 의료 재정지원 대폭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필수 의료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확대인데 공공의료 확충은 한마디도 없이 언제나처럼 빠져 있다는 것.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가 책임제’, ‘지역의료’, ’필수 의료’라는 용어를 쓰지만 실제 내용은 그 뜻에 걸맞지 않다”면서 “전공의 수련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 자본을 통제하지 않고는 수련 환경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일할 전문의를 양성하겠다는 것도 아니라며 ‘지역의료’와 ‘필수 의료’를 살리는 내용도 없다고 했다.

정부의 말, 의도, 목표가 무엇이든지 간에 지역·필수 의료는 살아나지 않는다며 수익이 최고 가치인 민간 병원들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돈벌이가 안 되는 지역·필수 의료로 돈과 인력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금 난맥상의 의료를 지배하고 있는 민간병원들에게 세금을 퍼주는 꼴밖에 안된다게 시민사회단체들의 판단이다.

지역의료 발전기금으로 전문병원 육성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전문병원은 ‘필수 의료’를 제공하지 않고 비급여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병원들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정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우리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파업이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수가를 인상(의료비와 보험료 인상)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의료계 달래기 예산 퍼주기 발표는 의사 파업이 결국 그런 식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징후이자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가짜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과 정부 재정을 민간 병원과 의료 영리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급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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