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 앤 유 앤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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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 앤 유 앤 에브리원
  • 윤종원
  • 승인 2006.01.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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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웃음으로 풀어낸 인간 소외
독립영화라면 난색부터 표하는 이들이 있다. "난 독립영화 체질이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라도 웃음 코드로 무장한 독특한 독립영화가 있다고 귀띔하면 한번 정도 솔깃하지 않을까?

독립영화이면서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 앞에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도 붙었다. 재미 있게 보고 "나 선댄스영화제 수상작 봤다"며 으스댈 수도 있는 재미와 품격이 함께 하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를 만든 감독부터 만나 보자. 올해 33살의 여성감독 미란다 줄라이는 장편영화 데뷔작인 "미 앤 유 앤 에브리원"(Me and You and Everyone We Know)으로 독립영화계 스타로 급부상했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비롯, 같은 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에게만 주는 황금카메라상과 비평가주간 그랑프리, 젊은 비평가상 등을 받았다. 이외에도 필라델피아영화제ㆍ샌프란시스코영화제ㆍ스톡홀름영화제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해에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한 작품으로 여러 번 수상했다면 뭐가 있어도 있을 것이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이전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했다. 뉴욕 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등에서 초현실적인 단편영화ㆍ웹 프로젝트ㆍ행위예술 등을 선보였고 여러 편의 단편소설도 발표했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역시 혼자서 시나리오를 쓰고 수정하면서 완성한 영화다. 영화집단에서 영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 영화는 기존 영화의 틀에 많이 비켜서 있다. 한 마디로 독특하다는 뜻. 세계 평단은 아마 줄라이 감독의 이런 독창성에 주목했을 것이다.

영화는 비디오 아티스트 크리스틴과 이혼남 리처드가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 등을 통해 서로 관계 맺기를 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계 맺음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그렸다.

엉뚱한 면이 많은 크리스틴(미란다 줄라이 분)은 신발가게에서 일하는 리처드(존 혹스)에게 호감을 느껴 접근하지만 갑자기 이혼을 당해 패닉 상태에 빠진 리처드는 그녀의 갑작스런 호의를 받아들일 만한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크리스틴과 리처드가 어설프고 서투르게 새로운 사랑을 향해 조심조심 다가가는 동안 카메라는 두 아들에게도 시선을 둔다.

리처드의 십대 아들 피터는 성적 호기심이 가득한 동네 10대 소녀 헤더와 레베카의 오럴섹스 경쟁에 실험 대상이 되기를 자처하고, 여섯 살 난 둘째 아들 로비는 인터넷 채팅방에서 수위를 넘는 과감한 대화로 채팅 상대를 자극한다. 로비의 채팅상대인 외로움에 사무친 40대 커리어우먼 낸시는 로비를 완벽한 섹시가이로 착각하고 일회성 섹스를 제안하며 만나자고 한다.

영화를 통해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행동은 우리의 예측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어른이면서도 관계 맺기가 서투른 크리스틴과 리처드가 있는가 하면 성(性)에 대해서는 너무 빨리 알아버린 리처드의 아이들도 나온다. 감독은 어른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 사이의 접촉이 없이도 많은 것이 이뤄지는 디지털시대에 점점 깊어지는 인간 소외를 그린다. 사람들은 접촉 없이도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공허함과 따뜻한 인간관계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성에만 집착한다. 디지털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래알 같은 존재가 돼 버린 것.

그렇지만 감독은 이런 소외의 문제를 웃음 코드를 푼다. 무슨 뜻인지로 모른 채 진한 성적 코드의 말로 상대방을 자극하는 꼬마 로비나, 성(性)도 경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헤더와 레베카, 꼬마를 섹시가이로 착각하며 들떠있는 낸시 등은 통해 감독은 어두운 소외의 문제를 웃음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 독특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궁금한 관객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줄라이 감독이 크리스틴 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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