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기적으로 전용소각제도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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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장기적으로 전용소각제도 폐지”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9.07.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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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폐기물 처리 어려움 해소…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의료폐기물공제조합 연구 문제점 많아…조합원 이익 위한 것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일회용기저귀 중 감염우려가 낮은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두고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하 의폐공제조합)이 반대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환경부가 장기적으로 전용소각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은 7월22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과 이석현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일회용기저위의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최근 의폐공제조합이 발표한 관련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공식적인 전용 소각제도 폐지의견을 개진했다.

현재 일회용기저귀의 감염성 부분에 대해 전문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환경부는 이날 의폐공제조합이 발표한 연구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7월10일 의폐공제조합은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연구책임자 서울시립대학교 이재영 교수, 위탁연구책임자 단국대학교 김성환 교수)에 의뢰해 전국 105개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회용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97곳에서 감염성균이 검출됐다는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5개 요양병원의 기저귀 중 폐렴구균, 폐렴균, 녹농균은 각각 80개, 18개, 19개에서, 대장균, 부생성포도상구균은 각각 69개, 55개에서 나왔다. 각종 화농성 염증, 패혈증 등을 초래할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은 74개 요양병원 기저귀에서 검출됐다는 게 연구보고서의 요지다.

의폐공제조합은 이런 연구 결과를 근거로 감염 우려가 낮은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환경부의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단순히 일회용기저귀에서 세균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감염성과 위해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운 상황에서 최종결과도 아닌 중간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환경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일회용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제외하려는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권 과장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 배경은 의료폐기물 처리에 심각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 말부터 극에 달해 발생률 대비 처리율이 허가받은 것보다 120%를 처리해 이미 20%를 넘겼기 때문”이라며 “법상으로 소각은 130%까지 할 수 있지만 전국 13개 소각업체 중 130% 이상 소각한 업체도 있고 실제 올해 의료폐기물 처리양은 포화됐거나 아예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전국의 13개 소각업체가 아니면 소각을 할 수 없는 선진적인 기준과 체계가 오히려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권 과장은 “다른 선진국가에서는 의료용 기저귀라고 해서 무조건 의료폐기물로 분류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분류하고 별도로 전용운반을 통해 전용 소각하는 것도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가 이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은 비상대응방안일 수도 있다. 감염성이 없다면서 왜 굳이 냉장차에 운반하냐고 하는데 이는 더 안전하게 하려는 것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것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넣는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도 않고 국내 의료폐기물 처리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환경부는 장기적으로는 전용 소각제도를 폐지할 생각이고 일반의료폐기물 전용소각 폐지 안도 가지고 있다”면서 “엄격한 의료폐기물 처리가 다수의 업체로 인해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의료폐기물공제조합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 환자의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일반소각장에서 소각하고 있다며 왜 이제야 의폐공제조합이 반대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이사는 “지난해 7월 환경부는 요양시설, 즉 요양원에서 배출되는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에서 일반폐기물로 변경했고, 지금은 요양원에서 나오는 기저귀는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겨 일반 쓰레기와 같이 버려지고 있다”면서 “지금의 공제회 논리라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인데, 왜 그 때는 그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번 연구와 관련해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보고서가 연구에 필수적인 비교 대조군이 없고 환경부의 계획은 감염 우려가 낮은 치매, 만성질환 등의 환자가 배출하는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감염병으로 요양병원 격리실에 입원한 환자의 기저귀는 연구 대상에 해당이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에서 나온 기저귀와 일반인의 대소변에서 나온 시료를 비교 분석해 비감염병 질환자가 배출한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게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런 대조군과 관련한 연구가 전무하고, 선행연구조차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료 확보 과정 역시 요양병원의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들의 기저귀에서 시료를 확보해 감염성, 전염성, 위해성 연구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직 감염내과 전문의도 이번 연구에 대해 연구 방법 자체가 잘못된 연구로 일회용 기저귀의 ‘감염성 및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연구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 내용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과장(교수)은 “요양병원에서 환자의 분변 기저귀가 배출되는 시점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배출 이후 중간처분 업체를 방문해 기저귀 시료를 채집한 것으로 돼 있는데 배출 시기로부터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 시점인지 알기 어렵고 다른 폐기물들과 혼합돼 어떻게 오염이 된 상황인지도 알기 어려운 만큼 검체(시료) 채집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송 교수는 “PCR로만 미생물 유무를 검사했는데 죽은 세균에서도 PCR은 양성으로 나올 수 있어 연구 목적인 ‘감염성 및 위해성’을 판단할 수 없다”면서 “의료폐기물 내에 일반폐기물이 60% 정도는 섞여 있다는 상황만으로 의료기관에서 폐기물 분류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애매한 경우 안전을 위해 처리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의료폐기물로 버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단순히 하나의 현상만 보고 분류 소홀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의폐공제조합의 조사연구는 연구목적과 내용이 서로 적절하지 못하고, 연구 방법에 커다란 오류가 있는 연구”라며 “그 결과를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의폐공제조합의 의뢰로 ‘요양병원 배출 기저귀의 미생물학적 안전성 실태조사’를 수행한 김성환 단국대학교 미생물학과 교수는 입법 사항의 타당성을 위해 더 많은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환경부의 입법 예고는 아직 보건학적으로 그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요양병원의 감염관리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면서 “더 많은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 조사를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국가감염병균 존재로 인해 감염병 관련 사항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등의 부처 전문가 등과도 논의와 검토가 요구된다”며 “이번 조사는 중간결과이므로 최종 결과에서 조금 더 도출된 자료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병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국장 역시 연구결과를 근거로 의료기관 배출 일회용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지정 축소 여부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최 사무국장은 “일회용기저귀를 매개로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투병 환자가 사용한 일회용기저귀라고 할지라도 감염에 대한 우려를 100% 해소할 수 없다”면서 “이는 잠복기가 있는 감염병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질병 확산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최 사무국장은 “만에 하나 치명적 감염균에 오염된 일회용기저귀가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고 추적 처리가 불가능한 일반폐기물로 처리될 경우 손 쓸 방도가 없다”며 “지난 2015년 총 감염자 186명, 사망자 38명이 비극을 낳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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