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공은 대구 푸른평화예술치료연구소 한혜순(50.여.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연구원.
한 연구원은 지난 97년 한국정신보건가족협회 대구지부에 무료 미술치료 강좌를 연 것을 시작으로 그간 수십여 곳의 보육원과 정신병동, 노인 복지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그림으로 이들의 `아픈 마음"을 돌보고 있다.
미술치료란 그림 그리기나 점토만들기 등 다양한 미술 창작활동을 통해 개인의 성격과 심리상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안정적이고 성숙한 심리상태로 이끌어가는 심리치료 기법의 하나다.
미술치료사로부터 치료를 1번 받는데 3~5만원 정도로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보육원이나 복지시설의 아동, 노인들에게는 한 연구원의 손길이 반갑기만 하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걸 잡아봤나 몰라"하며 크레파스 잡기도 어색해하던 어르신들이 자신이 완성한 그림을 보고 흐뭇해하고 자신감도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 더없이 기쁘죠"
한 연구원은 닫혀있고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변화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이답지 않게 너무나 `모범적"인 것이 문제가 돼 치료를 받은 9살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엄마에게 뭘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고 심지어 부모가 모두 경상도 사람인데도 텔레비전을 보고 표준어를 쓰는 아이었어요"
커다란 종이에 마음대로 물감 뿌리기, 찰흙으로 재미난 모양 만들기 등 아이의 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이완작업"을 계속한 결과, 경직돼 있기만 하던 아이가 한 연구원에게 장난도 걸고 어머니에게 "과자 좀 사달라"고 조를 정도로 많이 좋아진 케이스도 있다.
미술치료의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한 연구원은 미술치료 공부를 하고 상담을 해오면서 자신의 마음도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10여년 전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미술치료 연구소에서 딸과 상담을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돼 공부를 시작했어요. 공부와 상담을 하면서 무엇보다 제가 사람에 대한 이해심과 수용의 폭이 넓어진 것을 깨달았죠"
미술치료를 시작한 뒤로는 자녀들에게도 `~해라"가 아닌 `~했으면 좋겠다"로 말투가 바뀌고 진심으로 그들의 생각을 믿고 존중하게 됐다는 것.
미술치료 자원봉사도 곧 `사람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연구원은 오히려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을 고맙게 여긴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져 상담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마음 아픈 사람들과 그림으로 교류하고 그들이 치유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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