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임신한 30대 중반 주부가 최근 병원측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유산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을 먹고 결국 아기를 잃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의사가 쓴 처방전을 원무과 직원이 실수로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발생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아닌 원무과에서 주로 수납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의사가 영문으로 흘려 쓴 처방전 약품명을 컴퓨터에 입력한다는 점에서 헷갈리는 처방전으로 인한 입력 오류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어처구니 없는 이번 사건에 등장한 2개 약품은 당초 담당의사가 L씨에게 처방했던 `듀파스톤(Dupaston)"과 원무과 직원이 잘못 입력한 `다나졸(Danazol)".
이 약제는 산부인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약이지만 듀파스톤의 경우 유산방지약인 반면 다나졸은 자궁내막증 치료제 일종으로 오히려 유산을 유발할 수 있어 약품 설명서에도 임신 중에 투여를 금하고 있다.
이처럼 영어 대문자 D로 시작되는 비숫한 영문이지만 약 성분은 임산부에게는 하늘과 땅 차이인 셈이다.
이번 사건에서 처방전을 환자에게 잘못 발급한 원무과 직원은 "바쁜 업무 중에 잘못 읽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담당 의사가 처음에 작성한 처방전은 영문으로 흘려 써 처방전을 자주 접하지 않은 원무과 직원의 경우 실수 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들에게 흔히 발급되는 처방전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의약분업 이후 이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들이 진료를 하고 직접 컴퓨터로 작성해 전산으로 처방전을 내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직접 써 작성한 처방전을 읽고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문제가 됐던 병원 관계자는 "의사들이 작성한 처방전과 컴퓨터에 입력된 처방전을 비교하는 대조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확인을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확인작업도 환자들에게 이미 처방전이 발급되고 난 뒤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사들의 처방전 수기(手記)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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