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 130주년 기념식 및 학술강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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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130주년 기념식 및 학술강좌 개최
  • 박현 기자
  • 승인 2015.04.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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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공공의료와 국공립병원 모태로서 제중원 설립정신 기려야”

서울대병원(병원장 오병희)은 지난 4월3일 오후 2시 임상1강의실에서 제중원 130주년 기념식 및 학술강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1885년 4월3일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개원이 공포된 것을 기념하고자 마련됐다.

기념식에서는 서울대 국악과 학생들의 오프닝 공연,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의 기념사에 이어 성낙인 서울대 총장, 강대희 서울대의대 학장, 윤택림 전남대병원장, 조명찬 충북대병원장, 홍정용 서울대의대 동문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제중원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모든 사람이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든 사람들은 당시 이 땅의 한국인과 조선 정부였다”며 “식민지 수탈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당시 어떤 국가도 이처럼 주도적으로 서양식 근대의학을 국립병원의 형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대화와 새로운 의학에 대한 당시의 열망을 오늘에도 숙연히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백재승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장은 “130년 전 조선정부는 제중원을 통해 전통시대 구휼에서 벗어나 당시의 시대적 과제인 근대의학 도입을 통한 의료 근대화와 전통시대 공공의료 계승을 표방함으로써 한국 의료사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남대병원장과 충북대병원장 등 국공립대병원 대표들은 축사를 통해 제중원의 역사와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공공의료와 국공립병원의 모태라며 앞으로는 모든 국공립병원들이 함께 제중원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기념식 후 병원 간부진과 국공립대병원 대표들은 처음 제중원이 설립된 옛 재동 제중원 자리(현재 헌법재판소 북쪽. 홍영식 집을 개조했다)를 방문, 130년 전 제중원 탄생을 함께 축하하고 그 의미를 이어가자는 결의를 다졌다.

기념식에 이어 열린 제중원 학술강좌에서는 총 4명의 연자가 주제를 발표했다.

첫 발표를 맡은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한철호 교수는 '근대 문물 도입과 국제관계'라는 주제로 개화기 청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다양한 열강들 간의 역학관계 속에서 제중원, 육영공원, 연무공원 등 근대문물을 도입해 온 역사를 소개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이 때 도입된 근대 문물이 일상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한편으로는 열강들의 침략 발판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문물 도입뿐 아니라 갑신정변 등 급진적인 사회 개혁을 꿈꾼 급진 개화파들의 의도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 인문의학교실 황상익 교수는 '근대의학 도입과정에서 제중원의 의의'이란 제목으로 두번째 주제발표를 했다.

황 교수는 서양이나 한국이나 전통시대 짧은 수명과 높은 영아사망률이 근대로 접어들면서 획기적으로 바뀐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변화 가운데에 근대의학을 도입하려는 주체적 노력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가장 중요한 근대의학 도입 경로는 조선인과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야 하며 제중원은 그 중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최은경 교수는 '편지사료로 본 국립병원 제중원(1891-1905)'이라는 제목으로 제중원의 운영권 이관부터 환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1만장 가량의 미국 북장로교 편지사료 분석을 통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알렌이 조선에 오기 전에 이미 정부의 병원 설립 제안이 미국 북장로교 쪽으로 전달돼 선교본부에서 헤론과 언더우드의 파송을 준비했으며 제중원 설립이 갑신정변과 알렌의 민영익 치료에 따른 우발적인 것이 전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빈튼과 에비슨의 제중원 업무 파업은 제중원 운영비에 대한 통제권을 얻기 위한 파업이었으며 1894년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갑오개혁 내각 수립의 와중에서 선교지부가 운영권을 수중에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교지부는 운영권을 손에 넣은 후 무료진료 원칙을 포기했고 선교본부의 지원과 제중원 운영은 부실했으며 같은 시기 국립병원 광제원에 비하면 더욱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906년 세브란스병원에 대한 대한제국 정부의 지원금은 외국 공사들에 대한 선교지부 로비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정부의 의지와 무관했다고 밝혔다.

네 번째 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장 김옥주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역사'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개항기부터 시작된 국립병원의 역할을 서울대병원이 이어받아 끊임없이 역사 속에서 혁신, 노력, 발전해 왔다며 앞으로도 국가의 중추적 의료기관으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은 제중원 130주년을 기념해 기념식 및 학술강좌 외에, 6일 기념 음악회, 8일 서울대병원 역사화보집 및 사료집 출판기념회, 9일 역사 사진전 '꿈, 일상, 추억-서울대병원 130년을 담다'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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