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진할 때가 있다면
상태바
<17>승진할 때가 있다면
  • 병원신문
  • 승인 2013.05.21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태 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행정부원장, 이수태수사학연구소장

 

승진이란 객관적으로 볼 때 조직생활자가 경력을 쌓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되는 한 과정이므로 자연의 순리라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직원 각자에게 있어서는 결코 자연으로 느껴지지 않는 매우 큰 관심사가 된다. 아무리 승진에 초연한 사람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던 동료들이 하나 둘 승진하기 시작하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직원의 입장에서 또는 승진을 시키는 인사권자 입장에서 승진이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임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나는 모든 직원들이 승진에 대해서 초연할 수만 있다면 가급적 초연하기를 바란다. 그것은 승진이라는 것이 신경을 쓴다고 해서 더 잘 되는 것도 아니면서 신경을 잘못 쓰면 그것이 사람을 매우 초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직생활을 해보면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정신을 보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오죽하면 도연명도 자신의 <귀거래사>에서 벼슬살이에 대해 "마음으로써 육신의 노예를 삼았으니"(以心爲形役) 하고 노래하였을까. 거기에는 자기 자신과의 남모르는 싸움이 있고 인간적 존엄을 지키기 위한 안간힘이 있는데 승진에 대한 관심이 그것을 결정적으로 황폐화시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울지 않는 아이 젖 안 주더라" 하는 속된 논리에 좇아 자신이 승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인사권자로 하여금 부담을 갖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해는 하지만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단지 드러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속마음에서부터 그런 문제를 초극하는 것임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그 우선 순위가 전도될 경우에는 일에 사(邪)가 개입되기 쉽다. 승진을 앞두고는 물의를 야기하기 쉬운 일을 회피하려 한다거나 상사가 시키는 일에 대해 웬만해서는 노(No)라고 하지 않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부정적 사례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승진이 다소 늦어지는 것이 어떤 불합리한 이유 때문으로 보여 번민도 하고 누군가를 원망도 하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혀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실상 별 것 아닌 오십보 백보의 문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아 <승진할 때>라는 것이 있을까? 나는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러면 그 때가 언제인가?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상사들이 일하는 것이 도무지 성에 차지 않고 불만스러워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면 그 때가 바로 승진할 때다. 왜 일을 저렇게 밖에 못할까? 내가 저 자리에 있다면 훨씬 더 잘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들면 승진을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마치 자라는 아이가 저도 모르게 입은 옷이 작아지기라도 한 듯 몸에 끼이면서 활동상 불편을 호소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을 입장을 바꾸어 인사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시사점을 가질까? 승진은 승진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주어질 것이 아니라 승진을 하지 않으면 높아진 안목과 커진 관심 그리고 넘치는 열정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커가는 아이의 상대적으로 작아진 옷에서 단추가 떨어지고 바지 재봉이 튿어지는 것 같은 현상을 직원들의 역할에서 정확히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 할 줄 알고 승진을 시켰는데 막상 승진을 하고 보면 역량의 부족과 안목의 협소를 현저히 느끼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잘못된 승진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기량을 발휘하여 인사권자로 하여금 "거봐, 내가 보기는 잘 봤지?" 하는 말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역량을 정태적으로만 판단했느냐 동태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느냐에 따라 나누어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