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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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캐산
  • 윤종원
  • 승인 2005.06.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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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혹은 기관을 살려내는 "신조세포(新造細胞)"라는 게 있다. 이 세포를 이용해 만든 새로운 인간이 바로 "신조인간".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이들은 생명체인 동시에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혹은 노예
와도 같다. 신(神)이 아닌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이 존재에게 인권이라는 게 있을까?

70년대 국내 TV에서 방영되며 인기를 모았던 추억의 만화영화 "신조인간 캐산"이 실사 영화로 다시 탄생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팬들을 먼저 만난 바 있는 "캐산"(CASSHERN)이 다음달 1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독수리 5형제"로 유명한 다스노코 프로덕션이 1973년 제작한 원작 애니메이션은 이듬해 국내 TV에서 "신조인간 캐산"이라는 이름으로 방송됐다. 철제 마스크와 그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개의 모습이 주인공 캐릭터 캐산의 특징이다.

원작과 영화의 공통된 줄거리는 신조인간과 인간의 싸움이다. 영화는 여기에 "생명이 있는 존재들끼리 우열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인 물음과 인간복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감독이 그려내는 미래 세계는 전쟁과 테러, 살육이 판을 치는 디스토피아적 사회. 여기에 등장하는 신조인간은 탐욕으로 썩을 대로 썩은 인간의 오만이 불러일으킨 존재다.

아시아연방과 유럽연합의 두 진영 사이에 50년 동안 계속되던 대전(大戰)은 아시아 연방의 승리로 끝나지만 세계는 전쟁의 후유증으로 피폐해 있다.

중병에 걸린 아내 미도리(히구치 가나코)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던 아즈마(데라오 아키라) 박사는 인간의 모든 부위를 자유자재로 살려낼 수 있는 "신조세포" 이론을 개발하고 실용화를 위해 학회에 보고한다. 하지만 학회는 박사의 이론을 무시하고, 신조인간 연구는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군 관계자의 지원으로 은밀히 진행된다.

결국 신조인간들이 탄생하지만 이들은 군대에 의해 학살당하고 살아남은 몇몇 신조인간들은 로봇들을 만들어내며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한편 아즈마박사는 갑작스럽게 죽은 아들 데츠야(이세야 유스케)를 신조인간으로 살려내고, 로봇들에 의해 공격당하는 인간을 지켜보던 데츠야는 "캐산"이라는 수호신의 이름으로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나선다.

화려한 비주얼로 치장돼 추억의 캐릭터가 되살아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영화는 산만한 구성으로 그다지 매력적인 스토리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특유의 전투 장면을 보여주기보다 철학적 깊이에 집중하는 것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 줄기차게 슬픔과 고뇌로 일관하는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일도 쉽지 않다.

안노 히데야키의 "큐티 하니", 토카시 신의 "철인28호" 등 지난 몇년간 일본에서 불고 있는 유명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 붐을 타고 제작돼 지난해 일본 개봉 당시 20억엔(약 200억원)의 수입을 거두며 선전한 바 있지만 동시에 잡지 문예춘추에 의해서는 최악의 영화 2위에 뽑히기도 했다. 상영시간 1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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