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 과연 적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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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 과연 적정한가?
  • 박현 기자
  • 승인 2011.10.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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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 과잉진료와 과소진료에 대해 논의

과잉진료와 적정진료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모여 과잉진료와 과소진료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관심을 모았다.

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정희원)이 10월18일 오후 1시부터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연구원 1층 대강당에서 '한국의 의료, 과연 적정한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과잉진료와 과소진료는 우리나라 의료의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지만 의료계 입장에서 스스로 선뜻 꺼내기 곤란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동안에는 개별 연구자나 정부기관의 연구 혹은 일부 학회의 학술대회 주제 정도로만 다루어져 왔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일선 의료현장의 교수들이 과잉진료와 과소진료 문제를 지적하고 적정진료의 필요성과 대안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심포지엄에서 '대장항문 외과 분야의 적정진료'에 대해 발표한 박규주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외과)는 외과 분야에서의 적정진료 문제는 수술수가와 전문인력 공급 사이의 불균형에서 바탕을 두고 있다. 최근 들어 급감하고 있는 외과 전공의 지원 현황이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입원진료 1~2위를 다툴 정도로 치핵(치질) 수술이 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과연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환자에게 치핵(치질)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급증하고 있는 대장암에 대한 최소침습 수술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는데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이 암 수술 측면에서 기존의 개복수술에 비해 치료결과가 더 낫다는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에게 표준화된 술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기존 수술법에 비해 6배나 비싼 로봇수술을 남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로봇수술 기계는 2011년 기준으로 국내에 이미 36대가 도입되어 있고 연간 6천여 건의 수술이 로봇수술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경제적 논리에 왜곡되어 로봇수술의 효과가 실제보다 과대 포장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장암 환자가 일부 병원에 편중되는 현상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대장암 진료지침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활 교수(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는 '영상의학 검사와 적정진료'란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영상검사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처럼 검사가 늘어나는 검사의 적정성이 확보되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방사선검사로 인한 방사선 피폭은 환자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이미 확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방사선검사를 통한 환자의 이득이 환자에게 미칠 위해보다 더 큰 지를 잘 따져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 건강보험제도가 방사선을 사용하는 CT, 투시 검사는 대부분 보험 급여를 인정하고 방사선 위해가 없는 MR, 초음파검사는 대부분 급여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의료행태를 왜곡시키고 있으며 방사선 피폭에 민감한 소아환자에서 방사선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항생제 사용과 적정진료'를 발표한 김남중 교수(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는 항생제 사용은 과잉진료 문제가 심각한 대표적인 영역으로 수술창상감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투여하는 항생제 처방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항생제의 과잉사용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문제를 야기해서 전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교수는 “건강보험의 협소한 급여범위로 인해 반드시 필요한 항생제 치료가 비보험으로 분류되어 임상현장에서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과소진료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김용진 교수(서울대병원 심장내과)는 '심장질환 검사와 적정진료'를 통해 “최근 심장질환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심장질환 특히 관상동맥질환의 진단을 위해 각종 심장영상검사를 활용하는 빈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상당한 비용의 고가 검사”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들 검사의 진단 정확도나 임상적 유용성을 제대로 평가한 다기관 연구결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영상검사에 의한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불필요한 비용부담 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심장영상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근거창출을 위한 임상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아 분야의 적정진료'를 발표한 강형진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소아에 사용되는 많은 약제가 허가초과 의약품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허가초과 의약품이란 '전향적 임상시험 등을 거치지 않아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 “이 같은 허가초과 의약품은 소아에서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효과적이며 꼭 필요한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소아에서 허과초과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완화의료와 적정진료'에 대해 발표한 윤영호 교수(서울의대 암예방관리 전공)는 “완화의료는 의학적, 사회적 필요성이 매우 크지만 과소 제공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 중의 하나로 절대적인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며 “500병상 이상의 병원에서의 임종실의 설립에 필요성에 대해서는 암환자(90%), 환자가족, 의사, 일반인 90%에서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각 병원들이 완화의료 병상을 확보하기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사망 직전에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를 말기암 환자의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서도 완화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 외에도 허대석 원장(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규덕 평가위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각 '근거중심의학과 적정의료', '적정의료와 의료의 질 향상'에 대해 발표했다.

허대석 원장은 적정진료를 위해서는 근거중심의료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규덕 평가위원은 고비용이 양질의 의료를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최근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김선민 평가위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안기종 상임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윤석준 교수(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무 연구위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상일 교수(울산의료 예방의학교실), 이희영 연구위원(국민건강보험공단), 황운하 기자(중앙일보) 등이 패널토론자로 참여해 적정의료를 위한 향후 개선방향과 과제를 토론했다.

이종구 실장(서울대학교병원 대외정책실)은 “서울대학교병원이 국공립병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양질의 적정진료'가 핵심이라는 병원 내부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이번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정희원 병원장(서울대학교병원)은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의 적정성을 향상하는데 서울대학교병원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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