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은 가족병 '냉정한 사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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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은 가족병 '냉정한 사랑' 필요
  • 박현 기자
  • 승인 2011.06.1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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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알코올사용장애 유병률 22%, 남녀비 95대5
치료 중단되는 원인 54%가 '가족 및 환자의 알코올에 대한 무지' 때문

“자신의 입장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남한테 싫은 소리나 거절을 못하는 L 씨. 언제부터인가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을 마시게 됐고 한잔 두잔 마시던 것이 점차 양과 횟수가 늘더니 술을 입에 대면 절제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필름이 끊기는 것은 다반사이고 급기야 폭언 또는 폭력적인 모습까지 나타나자 이를 보다 못한 L 씨의 가족들이 알코올전문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과음을 하는 L 씨 정도야 우리 주위에서도 가끔은 보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조차도 걱정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올바른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알코올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해 수수방관하거나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어쩌면 알코올 질환자들을 음성적으로 양성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일이다.

역학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알코올남용은 12%, 알코올의존이 10%, 전체 알코올사용장애의 평생유병률은 22% 가량으로 매우 높으며 남녀비는 95대5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알코올의존이 적다고 생각한 것은 '알코올에 대한 관용' 때문이며 서구식 잣대로 본다면 위의 수치 보다도 더 높은 알코올의존 환자들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가족은 물론 동료, 친구들은 그동안 방관했던 '내 주위의 알코올 남용, 의존자'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건복지부 선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원장은 “알코올 질환은 환자 본인만의 책임이 아닌 가족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회복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태도가 변화되어 알코올중독 가족들에게 ‘냉정한 사랑(tough love)’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알코올 의존증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회복률이 빠른 반면,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가족의 정신적ㆍ신체적 고통이 더 가중돼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알코올의존은 '가족병'

알코올 의존증을 '가족병(family illnes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암 당뇨와 같은 질환이라면 누구나가 치료하려고 노력하지만 알코올은 그렇지를 못하다. 치료를 할 생각을 아예 안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큰 해를 끼치기도 한다. 즉 '가족까지 영향을 받는 병'인 셈이다.

따라서 가족들은 알코올의존자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쉽게 포기해버리는 것이큰 문제다.

실제로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지난 2010년 1년 동안 조기 퇴원(입원 한 달 이내 퇴원)한 환자 4백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4%가 '환자나 가족이 알코올에 대한 이해도(병식)가 높지 않아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가족들이 입원을 시키는데 '원치 않는' 입원을 시켰다는 죄책감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고 또 입원한 환자 입장에서는 음주를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퇴원을 집요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잘 극복하고 치료를 지속적으로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가족들의 강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배우자와 가족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알코올 남용, 의존을 부추기는 가족(배우자)의 유형을 보자.

'내 탓이다, 내가 좀 잘할 걸' 이런 순교자형 태도는 치료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박해자형은 '차라리 죽어버려!', '이혼하자!' 이런 태도를 보인다. 순교자형, 박해자형 유형은 달라도 모두 술 문제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태도다.

또 술친구형은 주로 배우자와 술을 함께 마셔온 부부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배우자의 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함께 마시는 등 조장하는 경우다. 공모자형은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늘 술을 사다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부류들은 오히려 음주를 부추기거나, 전혀 도움을 주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먼저 대화법이나 알코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배우자의 장점과 과거에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부분을 기억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들이 더 심화될 것 이라는 사실을 직시(insight)하고 배우자에게도 직시를 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환자와 대화 중에는 지금이라도 치료받지 않으면 알코올을 남용하거나 의존하다 보면 불안 발작, 통풍, 대사장애를 야기해 지방간 나아가 간염과 간경화증이 유발되기 쉽다는 점, 기타 혈압상승, 심박출량 증가, 빈맥, 산소소모량 증가 등 여러가지 건강상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알코올질환은 하루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점도 인지시켜야 한다.

알코올 전문병원의 치료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회복 및 재활치료, 단주 의지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외에 교양(서예, 미술, 댄스 등)과 체육(생활체조, 산행, 구기종목), 컴퓨터를 배우고 봉사활동, 종교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해 개인의 재능을 발견하고 대인 및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알코올의존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심각하게 주사를 부리는 '고위험 주사자'(알코올의존증 보다 단계가 낮은 군) 유형이라면 입원할 필요 없이 직장이나 집 인근의 병원에서 운영하는 해주클리닉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해주클리닉에서는 내과와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 외에도 침과 한약을 통해 술에 대한 갈망감을 없애고 기력을 보하여 빠른 회복을 돕는 치료를 한다.

알코올의존 자녀들과 대화를 해보자

배우자가 알코올의존이 있을 경우 엄마(혹은 아빠)가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큰 것도 자녀들의 정신교육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가령 남편이 알코올의존이라고 할 경우 주로 장남, 장녀에게 '우리 집안의 대들보, 너만 믿고 산다'와 같은 부적절한 책임감을 심어주거나 혹은 그 반대로 잊혀진 아이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다.

또 집안의 문제 때문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자녀 역시 알코올 등을 비롯한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높아질 수 있다.

자녀들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때때로 터놓고 배우자의 술 문제에 대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오히려 낫다. 또한 알코올의존이 유전적인 경향이 있으므로 미리 알코올의존 예방 차원의 교육도 필요하다.

가족이 우선 건강해야 환자를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가족(혹은 배우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함으로써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또한 정신적으로도 위안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 치료진과 상의하는 한편, 중독자의 가족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여 서로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위로를 받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국의 26개 알코올상담센터가 운영 중에 있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고 인터넷 상담과 무료전화 상담도 받을 수 있다.<도움말=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 병원장 www.dsr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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