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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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무엇이 문제인가?
  • 박현
  • 승인 2010.03.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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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사여성병원 유광사 병원장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해 찬반논란이 일고 있어서 산부인과 의사로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낙태를 범죄라는 기본적인 생각으로만 봐서는 안 되지만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도 절대적으로 금지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낙태허용은 모자보건법 제1조에 △본인 또는 배우자가 유전학적인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 △전염성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친인척간의 임신 △임신이 임산부의 건강을 해칠 경우 등이다.

하지만 낙태를 위의 5가지 조건으로만 엄격히 규정한다면 외도나 이혼으로 원치 않아 아기를 양육할 수 없을 땐 국내외에 입양이 증가될 것이고 1년에 14만 명의 미혼모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또 다른 우려도 금치 않을 수 없다. 성의 개방으로 인해 중고등학교 여학생이 아는 오빠와 불장난으로 임신을 하거나 성매매업소에 근무하다가 피임실패로 애기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임신을 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무턱대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스위스는 임신 10주까지, 덴마크, 이탈리아, 남아프리카는 12주, 노르웨이는 18주, 스페인은 22주, 영국이나 쿠웨이트, 대만은 24주까지 그리고 일본과 중국 및 미국(주마다 차이가 있음)은 낙태가 허용된다.

가톨릭이 국교인 남미에서는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어느 정도 법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를 지금처럼 금지한다면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 및 미국 등으로 원정 낙태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벌써부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낙태를 위해서 중국으로 원정을 간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원정출산에 이어 원정낙태 나라라는 국제적인 낙인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 병원이 아닌 뒷골목의 낙후된 시설에서 불결한 낙태가 성행할 것이며 이로 인해 염증 등을 불러와 산모가 평생 불임이라는 치명타를 입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입 금지된 낙태용 약품 RU 486의 불법거래가 성행하고 방사선 노출에 의한 기형아, 기형아를 일으키는 약물복용의 부작용까지 사회 경제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20년 전 보건사회부에서 인구 억제 정책으로 낙태를 묵시적으로 허용했다는 이유 때문에 오늘날 低출산 문제를 낙태금지법으로 풀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가피한 임신으로 결혼제도권 밖의 임신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지탄받는 속에서 낙태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만약 법 때문에 낙태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 평생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낙태를 못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기가 태어난다면 정부에서 지원과 대책을 세워줘야 할 것이다. 낳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여성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고 보며 여성 자신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고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행복추구권이다.

외국처럼 현실에 맞는 법 개정으로 합법적인 낙태를 허용한 후 불법낙태를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부적절한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에서 성교육과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먹는 피임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피임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원정출산에 이어 원정낙태 라는 부끄럽고 창피한 새 풍속도가 생겨나기 이전에 정부가 나서서 합리적인 낙태문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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