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적, 비만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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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의 적, 비만관리
  • 박현
  • 승인 2010.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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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의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
"체중감량 중"이라고 주위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밝히자!

우리의 큰 명절 설날이 지나갔다. 명절은 우리의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전승되어 왔으며 친지들이 모여서 조상을 기리고 서로의 정을 나누며 음식을 함께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뜻 깊고 즐거운 명절이기는 하지만 비만인들에게는 체중감량 의지가 좌절되거나 체중이 더 늘어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명절이기도 하다.

요즘 비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비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비만은 단순히 뚱뚱하다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체내에 필요 이상의 과다한 지방이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비만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즉, 몸에 해가 될 정도의 지방량이 축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비만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지방량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이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간편한 방법이 체질량지수이다. 체질량지수를 구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다. 이 때 체중의 단위는 kg이고 키의 단위는 m이다.

예를 들어 키 160cm 에 몸무게가 70kg 이면 70 나누기 1.6의 제곱해서 대략 27 정도가 된다. 이렇게 계산한 체질량지수는 일반인에서 자기 몸 안에 있는 지방량을 잘 반영한다. 그래서 보통 이걸 기준으로 비만 여부를 판정하는 데,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체질량지수 25 이상이면 지방축적이 과도한 비만상태로 간주한다.

하지만 비만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바대로 체내에 필요 이상의 과다한 지방이 있는 상태가 비만이기는 하지만 체내에서도 특히 어느 부위에 지방이 많이 축적되어 있는지 그 형태에 따라 비만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두 가지가 내장지방형 비만과 피하지방형 비만이다.

과도한 지방이 주로 내장지방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내장지방형 비만이고 주로 피하지방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피하지방형 비만이다.

내장지방형 비만은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많이 나온 체형을 만드는데, 이러한 체형 때문에 중심형 비만이라고도 하며, 이 형태의 비만은 내장이 있는 복강 내에서 장간막 등에 주로 지방이 쌓이게 된다.

이와는 달리 피하지방형 비만은 엉덩이와 허벅지가 주로 굵은 비만의 형태를 포이며, 이런 경우에는 근육과 피부 사이에 위치한 피하 조직에 지방이 축적되어 있다. 이 두 가지의 비만 형태 중 내장비만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신체 대사에 더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체질량지수가 우리 몸 안에 있는 전체 지방량을 반영하듯이 내장지방량을 반영하는 간단한 신체 계측 방법이 있는데, 이것이 허리둘레이다. 허리둘레가 굵을수록 내장지방량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에는, 남자는 90cm 이상, 여자는 85cm 이상이면 죽상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일 정도의 과도한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있는 상태로 평가하게 된다.
비만은 보기에 좋지 않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비만은 체내에서 혈당대사에 장애를 일으켜서 내당능 장애 및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한다. 또 지질 대사 이상을 유발하며 혈압을 높인다.

이러한 결과들은 허혈성 심장질환, 즉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강력한 위험인자이며 또한 뇌경색의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뚱뚱한 사람 중에는 호흡 시 공기가 통하는 길에 지나치게 많은 지방이 쌓여서 누워서 잠을 잘 때 숨쉬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질환을 수면무호흡이라고 하며, 수면무호흡이 있으면 낮에도 졸리고 매우 피곤해 지며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체중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가서 관절염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또 여러 내분비계의 교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성기능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배란이 안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방암과 대장암의 원인으로 비만이 지목되기도 한다.

비만은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체의 많은 문제를 뭔가를 먹어서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찾고 이러한 것을 다루는 미디어 프로그램도 많다.

최소한 비만만큼은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생긴 문제이므로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은 빨리 버리고 덜 먹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균형 잡힌 적당한 양의 식사를 유지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몸에 좋고,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이면 그만큼 살이 빠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말처럼 실천이 간단하지는 않다. 한 번에 모든 생활 습관을 개혁하려고 하지 말고, 하기 쉬운 간단한 것들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실천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집안이나 사무실 안에 포장만 뜯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없애도록 하시라.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의지 이전의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이 눈앞에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고 나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빠른 식사속도는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기 전에 막 먹게 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음식을 꼭꼭 씹어서 맛을 음미하면서 먹도록 하고, 음식을 씹는 도중에는 수저나 젓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도록 한다. 입에서 음식을 다 씹지도 않았는데 자동적으로 다음 한 술을 입안에 밀어 넣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남은 음식은 절대 먹지 않아야 한다. 음식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음식을 만들 때나 덜 때에 꼭 먹을 만큼만 준비하도록 하는 것이지, 이미 남아 버린 음식을 해치우기 위해 자신의 위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몸에서 필요한 만큼의 음식만을 먹어야지 그 외의 다른 이유로 음식을 섭취해서는 비만을 예방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

비만을 인간의 의지의 문제로 간단히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식욕이나 활동량에 관한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욕과 활동량이 유전적 영향이나 무의식적인 과정의 많은 신경계 및 호르몬에 의해 좌우된다.

인간은 먹을 것이 부족한 수백만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먹을 것이 생기면 바로 먹어서 몸 안에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생존에 유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만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생활습관 변화로 체중감량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요즘에 체중감량을 위해서 쓰이는 약물은 섭취한 음식의 흡수를 방해하거나 식욕중추에서 식욕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 것들이다.

일부 약물은 부작용이 매우 적고 체중감량을 통해 우리 몸의 대사 이상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모든 약물에는 장단점이 있고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비만 약물치료에 대한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처방 받아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조언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체중을 감량하겠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거나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어서 체중감량을 시도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남들이 권하는 음식을 피하거나 불필요한 식사자리를 빠지는 것이 어렵게 된다. 특히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설날에 술과 음식을 나누며 비만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친지들에게 건강을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있는 중이라고 자신 있게 밝히고 배가 약간 부른 정도만 음식을 먹고서 밖에 나가서 운동을 즐기는 것이 현대 비만인의 올바른 생활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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