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평균 수명 단축으로 인구 감소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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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평균 수명 단축으로 인구 감소세 뚜렷
  • 윤종원
  • 승인 2005.03.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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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출산율 저하와 함께 평균 수명 단축으로 인해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단순히 출산 기피로 인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고령 인구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조기 사망하는 바람에 고령층 보다는 중간 나이층이 폭넓게 분포한 항아리형 인구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여성, 가족, 인구 문제 담당 대통령 자문단장인 블라디미르 쿨라코프는 최근 10년동안 950만명의 인구가 줄었다고 보고했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출생률은 약간 높아져 연간 150만명의 신생아들이 태어나지만 사망 인구를 감안할 때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매년 80만명 이상이 추가로 태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보건사회부가 추산하는 현재 러시아 전체 인구는 1억4천320만명.

지난달 유엔 경제사회국이 발표한 "세계인구전망 2004"에서 러시아는 1억4천300만명으로 현재 세계 7위의 인구 대국(大國)으로 나타났지만 오는 2015년 1억3천700만명, 2025년 1억2천900만명, 2050년에는 1억1천200만명으로 점차 줄어들어 2050년에는 인구 수에서 세계 17위로 처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러시아 국가통계위원회는 최근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58.6세로 옛소련 붕괴 직전인 1990년 당시 63.4세보다 15년간 4.8세나 낮아졌다"고 밝혔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남성의 평균 수명은 남아시아 저개발국인 방글라데시 보다 낮았다.

통계위원회는 남성들의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비롯해 시장경제로 바뀐 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 수명 단축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인구 감소가 즉각 노동력 부족으로 연결되면서 경제 성장의 장애가 될 우려가 크다는 것.

러시아 보건 당국은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서 인구가 매년 100만명씩 줄어들면서 최근 12년동안 노동력은 1천200만명 이상이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1990년대 자유화 등으로 저(低)출산 추세가 뚜렷해졌다"면서 " 1990년 이후 출생한 사람들이 근로 활동을 하게 되는 오는 2006년부터는 노동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는 최근 남아(男兒) 출생이 지난 1987년 125만명에 달했지만 1999년에는 63만명에 그치면서 군인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출산율이 낮아진 가장 큰 원인은 90년대 개방 분위기 속에서 출산보다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

사회학자인 마리야 아르바토바(여)는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취업기회가 사라지는 등 출산후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출산을 장려하려면 여성 권익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여성들의 잦은 음주, 흡연 등으로 인해 미숙아들이 태어나는 것도 인구 감소에 못지 않는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5만여명의 아이들이 장애를 갖고 태어나며 이중 1만5천명은 선천적인 다운증후군이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출산 등 여성 건강 관련 예산으로 440억루블(15억달러)을 배정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성들의 출산 장려를 위해서는 재정 보조 등 각종 인센티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미하일 주라보프 보건사회부 장관은 최근 "여성 1인당 1.32꼴의 출산율은 러시아를 지탱해나갈 인구를 재생산한다는 측면에서 너무나 적다"면서 "여성들이 낳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나갈 수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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