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교수의 콘서트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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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교수의 콘서트는 끝나지 않았다
  • 윤종원
  • 승인 2009.12.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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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일 순천향대 정형외과 교수, "퇴임후에도 언제나 환자와~~"
‘가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가사 없는 굵은 음색이 병원로비를 휘감는다.
색소폰 연주로 환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던 순천향대병원 정형외과 김연일 교수가 내년 2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최근 ‘마지막 콘서트’를 열었다.
흥분과 아쉬움이 교차한 채 ‘老 교수의 마지막 공연’ 모습을 보기 위해 모인 환자들은 연주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연주를 마친 후 김 교수는 “환자분들이 제 연주를 듣고 즐거워하실 때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며 “환자분들 앞에서 연주 할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쾌유를 기원하고 순천향대병원 많이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서울뿐 아니라 부천, 천안 순천향대병원에서 20여차례 공연을 연 김 교수를 진료실에서 만났다.
이젠 더 이상 환자들이 김 교수의 색소폰 연주를 들을 수 없냐고 묻자, “안과 이성진 교수가 저를 이어 색소폰 연주회를 열 것”이라며, “혹 협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함께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연을 시작한 동기는 “의사로써 환자들과 함께 하기 위한 일들을 생각하다 정신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색소폰을 들게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색소폰이라는 악기는 나보다 남을 위한 악기라고 표현한다.
연주하는 사람은 색소폰의 음률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멀리 있는 관객에게는 아름답게 다가가기 때문이라고.
일반 사람들은 독학으로도 배울 수 있는 쉬운 악기라 생각하는데, 큰 오산이란다. 기초 없이는 빨리 지치고 소리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김 교수는 정통한 방법으로 배워서 인지 색소폰에 대한 애착도 많단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색소폰 연주도 끝이 없는 것 같다”는 김 교수는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 연주를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곡 선정은 간호사나 환자들에게 신청곡을 받아 연습하고, 자신있는 곡으로 프로그램을 짠다. 그래서 인지 마지막 공연에 연주한 ‘마이웨이’는 김 교수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여정을 담은 듯했다.
김 교수는 치료한 환자가 자원봉사로 나서 연주회 음향을 맡아주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년퇴임 이후 활동적인 삶을 살기 위한 일을 찾느라 고민되는 게 많은데, 좀 더 시간을 갖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 한다”
초경량 항공 스포츠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한 김 교수. 체력이 허락하는 한 취미생활을 통해 자유를 만끽할 예정이라고.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의사가 의사다운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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