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수가 협상이 불공평한 이유
상태바
의료수가 협상이 불공평한 이유
  • 박현
  • 승인 2009.11.02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두륜 변호사, 의료계 입장 반영될 수 있어야
보험공단과 의료계 사이의 2010년 건강보험 수가협상이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그에 따라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협상결렬에 대한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보험공단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협상을 벌였다며 보험공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매년 이맘 때 쯤이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번 수가협상 결렬에 대해서 의료계는 수가계약 거부와 공동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는 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행 제도하에서 의료계가 선택할 수 있는 협상의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협상을 거부할수록 의료계에 불리한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수가는 각 행위별로 고시된 상대가치점수에 매년 의약계를 대표하는 자와 보험공단 이사장이 체결한 계약에서 정한 점수당 단가를 곱해 산정되고 있다.

만약, 계약 만료일의 75일 전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하면,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의결을 거쳐 정한 금액으로 점수당 단가가 결정된다.

매년 의료수가 인상을 요구하는 의료계에 대해서 보험공단이 수가협상에 적극 나설 이유는 없다. 협상이 결렬되면 건정심에서 의결하게 되는데 건정심 위원들의 구성으로 보았을 때 의료계에 유리한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만약, 의료계가 이마저도 거부한다면 기존의 수가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오히려 손해다. 그렇다고 보험수가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진료비를 받을 수는 없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당연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험수가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진료비를 받으면 ‘부당청구’에 해당되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차라리 진료를 거부하거나 집단휴업을 하자는 강경한 주장이 나올 수 있으나 이는 현행 의료법상 불가능하다. 의료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처벌받기 때문이다.

수가협상에 대한 불만은 정당한 이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집단휴업이나 폐업을 하고자 해도 의료법에 따르면 관할 관청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업무개시명령에 위반되면 이 역시 처벌대상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수도 있다.

결국 의료계는 수가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협상이 공정하게 진행되려면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당사자에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져야 한다.

의료수가는 어찌보면 의료인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험공단은 사용자의 입장에, 의료계는 노동자의 입장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임금협상에서 노동자들은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의료인들은 진료를 거부할 수도, 단체행동을 할 수도 없다.

의료의 공공성 때문에 파업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비급여로 진료비를 받을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적어도 건정심 구성이나 수가결정에 있어서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던져주는 수가 더 이상 안받겠다’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