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토끼와 리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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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토끼와 리저드"
  • 윤종원
  • 승인 2009.10.14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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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때 입양돼 미국에서 23년을 보낸 메이(성유리)는 친부모를 찾으려고 주소 하나만 달랑 들고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은설(장혁)의 택시를 우연히 탄 메이는 옛 집을 찾는 데 성공하지만 그를 반긴 이는 고모뿐이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양친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메이는 슬픔에 잠겨 방황한다. 희귀한 심장병을 앓는 은설은 방황하는 메이를 지켜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영화 "토끼와 리저드"는 성유리의 영화 데뷔작이자,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은 주지홍 감독의 국내 데뷔작이다.

영화는 고통스런 삶을 산 메이와 은설이 만나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는 이 영화는 주 감독의 말처럼 인물의 동선을 따라가는 영화다. 대사가 적기 때문에 인물의 표정, 눈빛이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성유리 카드는 나쁘지 않다. 은밀한 상처를 지닌 조용한 성격의 캐릭터가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준 명랑한 성격의 캐릭터보다 그녀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성유리는 적당한 울림을 전달하는 잔잔한 연기를 비교적 능숙하게 했다.

장혁은 가볍고 실속 없지만 마음은 따뜻한 인물을 연기할 때 재능을 발휘하곤 했다. 이 영화에서도 희귀병에 걸렸지만 일상을 재미있게 살아가려는 은설이라는 캐릭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가 아니지만, 택시에서 메이가 강냉이를 날리는 장면과 밤안개가 자욱하게 내린 철길을 내달리는 메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은설이 심장 언저리가 뚫린 엑스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거기가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는 여자"(장진 감독)의 패러디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지만 알고 보니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었다는 설정은 "첨밀밀" 이후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다.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임에도 상실감을 겪는 인물 속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지 못해 영화는 막판 힘이 달린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음악도 과하다. "토끼와 리저드"란 메이와 은설이 공유하는 과거의 상처를 의미한다.

12세 관람가. 22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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