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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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꼭 다시 만나자
  • 박현
  • 승인 2009.09.1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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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장기 기증한 5세 아이에게 보낸 아빠의 눈물의 편지
“우리 준호의 심장... 일부분들이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 우리 준호 아주 멀리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최근 전북대학교병원에 전자 메일 한 통이 왔다. 지난 7월 말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한 5살 준호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였다.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로서의 슬픔, 생명부지의 사람에게 새 삶을 줌으로써 조금이나마 얻은 위로 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편지에는 “너의 뜻은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에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다른 아픈 사람들을 살려주고 간다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까”라며 “하늘나라에 가서도 우리 아들 좋은 일 하고 왔다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거란 생각에 엄마, 아빠가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됐다”고 썼다.

준호의 아버지는 “아가야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웠고, 너처럼 잘생기고 예쁜 아이를 키워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아프지 말고,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다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편지를 마무리 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영특하고 영리해서 부모의 예쁨을 독차지 하던 준호는 지난 7월 초 불의의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7월28일 최종 뇌사판정이 났고, 준호의 부모는 아이를 떠나보낸다는 슬픔 가운데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준호는 심장과 간, 신장을 기증했고 모두 3명의 만성질환 환자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특히 신장의 경우 준호의 신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신장 2개를 한 명의 성인환자에게 한꺼번에 이식하는 고난도의 수술이 전북대병원에서 시행됐다. 소아환자가 장기기증을 했을 경우 같은 또래의 소아에게 이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또래의 이식 대기자가 없었던 것.

간담췌ㆍ이식외과 유희철 교수 등 장기이식팀이 사례가 많지 않은 소아 대 성인 장기이식수술을 시행했다. 장기이식팀 유희철 교수는 “소아의 장기를 성인에게 이식하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테크닉이 필요하다”며 “준호가 기증한 두개의 신장의 혈관 및 요관을 연결해 성인장기에 이식이 가능하도록 한 뒤 준호의 신장을 수혜자 후복막 내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혜자는 이미 퇴원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준호가 기증한 심장과 간도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2명의 만성질환자에게 이식됐고 환자들은 모두 경과가 양호한 상태로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문 군의 장기기증을 지켜보고 편지를 전달받은 전북대병원 담당자들은 “힘든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장기기증이라는 선택을 한 부모님의 숭고한 결정에 새 생명을 얻은 환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며 “아버지가 쓴 편지를 보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대병원 김영곤 병원장은 “병원 구성원 모두가 5세 아이의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해 준 부모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며 “큰 희망을 주고 떠난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편지글 전문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아... 너의 뜻은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에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다른 아픈 사람들을 살려주고 간다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까..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까... 하늘나라 가서도 우리아들 좋은 일하고 왔다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거란 생각에 엄마, 아빠가 눈물은 많이 흘렸지만 좋은 마음으로 장기기증을 결정하게 되었단다.

한편으론 우리 준호의 심장... 일부분들이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 우리 준호 아주 멀리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아가야.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마웠고 너처럼 잘생기고 예쁜 아이를 키워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단다.

고맙다 아들아 우리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많이 사랑했고 엄마, 아빠 마음속에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 영원히 함께 할 테니 우리아들도 먼 세상으로 갔지만 마음만은 함께하자..

엄마, 아빠 너무 보고 싶어 하지 말고 먼 세상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으렴... 그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고..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아프지 말고.... 그렇게 그렇게 잘 지내고 있거라...

먼 후일 지나 엄마, 아빠도 우리 아들 있는 곳으로 갈 거야.. 우리 그곳에서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아들아..잘 지내고 있거라...

이 세상에서 못다 한 인연, 담 세상에선 오래오래 함께하자.. 우리 아들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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