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영국 풍경 담은 "디스 이즈 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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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영국 풍경 담은 "디스 이즈 잉글랜드"
  • 윤종원
  • 승인 2009.08.0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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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말썽꾸러기 취급받는 초등학생 숀(토머스 타구즈)은 우디(조 길건)가 이끄는 스킨헤드 집단을 우연히 알게 된다.

포클랜드전쟁(1982)으로 아버지를 여의고서 침울한 나날을 보내던 숀은 우디 등과 함께 전쟁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모처럼 행복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우디와 지향점이 다른 스킨헤드족 콤보(스테판 그레이엄)를 만나면서 우디와 사이가 멀어지고,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콤보에 동화되면서 숀은 점차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This is England)는 1980년대 초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하던 황량한 영국의 풍경을 12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회 드라마다.

아이의 시선이라 해서 이 영화가 따뜻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판이다. 영화는 음울하고, 차가우며, 심지어 과격하기까지 하다.

이는 이 영화가 인도ㆍ파키스탄계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백인 노동자들의 실업률이 늘던 1980년대 초, 백인 노동자 계층의 분노를 일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처 총리와 전쟁 장면을 수차례 보여준다. 그러면서 전쟁을 일으키고, 복지 예산을 삭감한 대처의 보수적 정책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일자리에서도 사랑에서도 퇴짜를 맞는 콤보는 이 시기의 좌절된 청춘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는 영화 중 가장 과격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를 이처럼 만드는 건 결핍의 정서다.

콤보가 남들로부터 화목한 가정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외면당했을 때 폭주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셰인 메도우스 감독의 솜씨가 상당하다. 영화 중간 중간 드러나는 1980년대 초반의 패션문화와 음악이 영화에 품격을 더한다.

주인공 숀 역을 맡은 토머스 터구즈의 연기는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목해서 봐야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영화는 런던 국제영화제 영국 필름상 등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셰인 메도우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가미 돼 있다고 한다.

그간 태광그룹과 함께 씨네큐브를 운영해온 영화사 백두대간이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하는 마지막 작품이다.

등급 미정. 8월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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