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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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숨바꼭질
  • 윤종원
  • 승인 2005.02.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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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숨바꼭질"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는 천진난만한 주문이 스릴러 장르와 만날 경우 얼마나 훌륭한 영화적 장치가 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스릴러 장르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반전의 신선함. 아이들 놀이인 숨바꼭질은 이 영화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끌어내기 위한 멋진 도구로 대변신을 감행한다.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완벽한 캐스팅에 있다. 이젠 이마 가득 주름이 잡힌 베테랑 로버트 드니로와 할리우드의 "무서운" 아역스타 다코타 패닝이 부녀지간으로 출연한다.

물론 둘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하지만 "아이 엠 샘", "맨 온 파이어" 등을 거친 패닝의 연기는 그 나이 또래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을 넘어선다. 치아를 활짝 드러내는 "살인미소"와 더불어 서늘함과 천진난만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티 없이 맑은 파란 눈망울은 이번에도 관객을 꼼짝없이 매료시킨다. 그런 패닝의 모습을 따라가다보면 천하의 드니로마저 어느새 조연이 되는 것.

덕분에 영화는 예기치 않은 또 하나의 반전을 선사한다. 영화 자체의 뒤집기와 는 별도로, 패닝에게 속절없이 몰입하던 관객은 후반부 드니로의 존재감을 그야말로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엄마가 욕조에서 손목을 그어 자살한다. 정신과 의사인 캘러웨이 박사(로버트 드니로 분)는 그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진 아홉살 딸 에밀리(다코타 패닝 분)의 안정을 위해 한적한 교외로 이사간다.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인적이 드문 동네. 그러나 박사의 바람과는 달리 에밀리는 점점 이상해진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고 생각하며 아빠를 상대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친구 찰리와의 비밀놀이에 빠진다. 숨바꼭질은 기본이고 엽기적인 "아빠 화나게 하기" 게임도 즐긴다. 게다가 이웃들의 행동이 하나같이 의뭉스럽다. 와중에 찰리의 소행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살인이 발생한다.

영화는 찰리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몰입하는 관객 앞에 꽤 쏠쏠한 장애물들을 배치해놓았다. 아끼던 인형을 처참하게 뭉개버리는 에밀리의 광기 어린 행동과 흔적은 남겼으나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찰리의 존재, 에밀리만 보면 "참 예쁘게 생겼네"라며 심상치 않은 눈길을 보내는 수상한 이웃들.

사실 따지고 들자면 영화는 꽤 허점이 많다. 보기 드물게 신선한 반전을 갖고 있음에도 그 표현방법은 그다지 세련되지 않고 벌려놓은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하지도 못했다. 또 스릴러에 자주 등장하는 악몽의 반복 역시 맥없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릴러의 미덕을 다했다는 점. 이에 힘입어 "작은" 영화임에도 미국에서 개봉 첫주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한가지 결말로 개봉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두 가지 결말로 동시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이 두 버전의 차이는 마지막 1분 50초. 둘다 똑같이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결말"이라고 하기보다는 "마지막 장면"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더욱 정확하다. 외견상으로는 영화 전개라는 대세에는 별 지장을 주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하면 마지막 장면에 따라 영화 자체가 아예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배우 출신으로 "시암 선셋", "위험한 유혹"을 만든 존 폴슨 감독은 정교한 연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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