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4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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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24시티
  • 이경철
  • 승인 2009.01.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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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장커(賈樟柯) 감독은 데뷔작 "소무" 이후 "플랫폼", "임소요", "동", "스틸 라이프", "무용"에 이어 최신작 "24시티"까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휩쓸린 보통 사람들의 삶을 끈질기게 좇아왔다.

자장커 감독이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것으로 대체돼 사라져 가는 물질과 그래도 여전히 계속되는 사람들의 삶이다.

29일 개봉하는 "24시티" 역시 격변하는 중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배경은 계획경제 체제 아래 1958년 세워졌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국영 공장 420이다. 이 공장은 군수사업이 위축되고 국가정책이 바뀌면서 50년 만에 철거되고 새로운 고가 아파트 단지 24시티로 바뀐다. 한 시대를 공장에 몸담았던 노동자 3만명과 근처에서 살아온 시민 15만명의 삶도 뒤바뀐다.

주제의식은 전작들과 비슷하지만 자장커 감독은 디지털로 찍은 영화 "24시티"에서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전체적으로는 실존하는 노동자 한명 한명의 사연을 들려주면서 420공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다큐멘터리지만 영화의 절반은 전문 배우들이 연기한 가상 모놀로그로 채워졌다. 조안 천, 루리핑, 자오타오 등 배우들은 실제 사연을 고백하듯 카메라 앞에서 긴 독백을 한다.

지난해 여름 "디지털시네마서울 2008" 참석차 방한했던 자장커 감독은 인터뷰에서 공장 420에서 만난 130명으로부터 들은 수많은 사연을 효과적으로 압축해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픽션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자장커 감독은 국제 영화제에서 먼저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답게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노련하게 버무렸다. 낯익은 배우들이 아니라면 완전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보일 정도다. 낮은 목소리로 인간과 사회를 이야기하는 자장커 감독 특유의 분위기도 남아있다.

그러나 디지털이라는 도구로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문 시도가 새롭기는 하지만 낯설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관객들을 이해시키는 데 얼마만큼의 상승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420공장의 역사를 대변하는 역할의 세 여자가 말하는 절절한 사연은 감독이 실재 인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했어도 배우들이 대본대로 읽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실"과 "사실적인 것"은 다른 차원이므로 혼란을 주기 쉽다.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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