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료봉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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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료봉사를 다녀와서
  • 박현
  • 승인 2005.01.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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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지난 1월 7일부터 약 보름간 고려대학교 의료원 봉사단의 단장으로 스리랑카 지진해일 재해지역 의료구호를 다녀왔다. 파견결정이후 의사 6명을 포함한 간호사, 약사, 행정직원 등 자원자 18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단기간에 의약품 등을 준비해 스리랑카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현지의 혼란한 실정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이재민 캠프를 찾아다니면서 진료에 임했다. 당초 1주일의 의료봉사기간이 예정되었으나, 현지의 의료구호 수요 급증과 의료원의 요청으로 봉사기간이 연장되었다.
봉사기간의 전반은 남부의 함반토타, 탕갈레에서, 후반부는 동부 타밀 소수민족이 모여있는 바티칼로아로 이동하며 남동부해안지역에서 총 4천여 명의 주민을 진료했다.

스리랑카는 인도네시아, 태국과 함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로서 3만 여명의 사망자와 100여만명의 이재민이 발생된 국가적인 재앙을 맞은 상태였다.

학생시절 무의촌진료봉사와 2년전 태풍 매미로 인한 삼척 수재지역의 의료봉사단장의 경험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으나, 해외 의료봉사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긴장과 걱정의 연속이었다.

특히 스리랑카는 지진해일피해로 인한 혼란뿐만 아니라 소수 타밀족과 주류 싱할리족과의 분쟁으로 인한 테러위협 등 현지에서 봉사단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현지에 도착해보니 콜롬보공항에서부터 각국의 구호팀으로 북적거렸고, 의약품 등 진료물품의 통관에도 시간이 걸리는 등 난관의 연속이었다.

1차 진료지역으로 선정된 남부의 함반토타지역으로 가는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은 가까스로 복구되었지만, 주변의 건물들은 해일에 의해 대파되었으며, 철로가 휘어져 있었고, 바다에 있어야할 배들이 육지에 올려져 널려 있었다. 이미 초기의 응급상황은 지난 상태로 시신은 치워져 있었지만, 해일 당시의 처참한 광경은 마치 전쟁시 폭격을 맞은 듯 초토화되어 있었다.

함반토타, 골, 탕갈레 등 남부 스리랑카 지역은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적인 진료팀들이 많이 들어와서 의료구호가 실시된 지역으로 초기의 응급환자들은 내륙으로 이송된 상태로 주로 사지의 상처 감염, 호흡기 감염환자, 피부염 환자, 외상후 신경증 환자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지진해일로 병원이 대파되고 의료진도 사망하고, 의약품이 유실되면서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천식 등 만성병 환자들의 투약을 못하게 되어 의료구호팀으로부터 약을 타갔다.

우리가 걱정했던 설사를 호소하는 환자는 없어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반토타 지역에는 한국에서 6∼10년 정도 노동자로 일하다 귀국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았고, 이들이 자원해 환자와의 통역을 해주어 다른 의료팀들보다 효과적인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고대봉사단의 진료에 만족과 감사를 표하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체류 1주가 되어가면서 봉사기간을 연장하게 되었고, 자연 다음 진료지역 선정을 고민하게 되었다. 주저 없이 현지정부의 구호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국내 의료팀이 들어가지 않은 동부의 타밀족이 90%를 차지하는 바티칼로아로 이동을 결정하게 되었다.

타밀족과의 분쟁지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였으나 의료구호가 절실한 지역에 가야된다는 사명감으로 모험을 하게 되었다. 해안을 따른 도로들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내륙의 도로로 우회하여 이틀만에 어렵사리 도착한 바티칼로아의 난민캠프는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기본적으로 어린이나 부녀자들의 영양실조가 눈에 띄었고, 넓은 강당에 수백명의 이재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용되어 있어 위생상태가 매우 불량하였다. 실내 여기저기서 기침을 하고 열이 나서 누워있는 어린이 및 부녀자들로 꽉 차 있어 일견 호흡기 감염이 유행하고, 특히 폐렴으로 중증상태에 있는 어린이들이 눈에 띄었다. 부FI부랴 진료소를 차리고 고열과 탈수에 빠진 어린이들을 떼 메고 나와 수액주사와 항생제를 처방했다.
일견 남부 스리랑카지역보다 의료 및 식량구호 혜택이 적고, 더욱 많은 구호팀의 파견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대봉사단은 도착 첫날 스리랑카를 방문중인 이해찬 국무총리의 초대를 받아 구호활동에 대한 격려를 받았고, 둘째날에는 스리랑카 수상 라자팍스를 방문하여 고려대학교의료원의 스리랑카 의료지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여 감사와 환영을 받는 등 민간외교를 병행했다.

봉사단은 의료구호뿐 아니라, 봉사기간동안 협력하였던 지역병원 3곳에 모구 8만여불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기증하였다. 특히 라자팍스 수상이 요청한 지진해일로 대파된 함반토타 병원의 재건에 의료기자재 및 인력 교육 등 향후 고려대의료원이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또한 스리랑카에 들어온 미국, 일본, 독일 등 국제적인 구호팀 및 BBC, 인민일보 등 각 국 취재팀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의료구호팀의 활약을 알릴 수 있었다.

따라서 고대봉사단은 이재민의 의료구호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의 국제적인 교류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민간외교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민간 의료구호팀들이 재해지역을 갔으나, 개별적인 준비와 현지사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응하느라 많은 고초를 겪었다는 점이고, 구호팀들간의 일정 및 구호장소 정리를 통한 상호 협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내에 있는 재난구호봉사단체들이 이번 기회에 협의체를 구성하여 향후 유사한 재난구호에는 효과적으로 한국의 구호팀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될 것이다.

이번 스리랑카 재해지역 의료봉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의 협조를 받았다.
특히 현지에 먼저 입국해 구호활동 중이던 외국인노동자센터의 김해성, 이선희 목사님과 스리랑카노동자들의 도움으로 숙소와 진료지역 섭외가 순조로이 되어 봉사단원들이 의료구호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현지의 KOICA 직원 및 한인교회 목사님, 지역의 경찰 및 군부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마지막으로 의료단의 일원으로 자원해 희생 및 봉사정신과 특유의 고대정신으로 협동해 어려운 임무를 무사히 완수한 단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스리랑카인들의 재난에 닥쳐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희망적인 모습에 오히려 감동을 받았고“의료구호를 하러가서 더 큰 마음의 구호를 받아 가지고 왔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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