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가 찍은 그녀는 최고의 슈퍼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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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가 찍은 그녀는 최고의 슈퍼스타
  • 이경철
  • 승인 2008.07.01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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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인터넷에서 파파라치들의 "막가파식" 행동을 접하면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거칠게 몸싸움을 하며 무조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것은 보통이고 사적인 공간에 잠입하거나 위험천만한 차량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찍힌 사진을 실은 잡지나 신문을 가판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집어든다. 연인과 파경을 맞아 눈이 퉁퉁 붓도록 울거나 체중 조절에 실패해 뚱뚱해진 스타들의 모습은 친구들과 잡담을 나눌 때 좋은 화젯거리가 된다.

미국의 톰 디칠로 감독은 영화 "내가 찍은 그녀는 최고의 슈퍼스타"에서 쇼 비즈니스의 본질과 파파라치의 본색을 쾌활하고 웃기게, 그러나 날카롭게 담아낸다. 그 안에는 코미디와 버디 무비, 로맨스가 조화롭게 섞여있다.

파파라치 레스(스티브 부세미)는 거리에서 스타 가수인 카르마(앨리슨 로먼)를 쫓다가 배우 지망생인 노숙자 토비(마이클 피트)를 만난다. 집 없는 토비는 레스에게 재워주기만 하면 무보수로 일을 거들겠다고 말하고 레스는 그를 조수로 고용한다.

외롭게 살고 있던 레스는 토비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함께 일을 시작한다. 토비는 어느 날 레스와 함께 행사장에 갔다가 카르마와 마주친다. 상황이 예기치 않게 돌아가면서 토비는 레스를 행사장에 내버려두고 카르마와 하룻밤 데이트를 하게 된다.

디칠로 감독은 파파라치 레스를 웬만한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레스는 극단적으로 상업화한 스타 시스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자부심이 있지만 남들이 혐오하는 직업 탓에 자기 연민과 혐오 사이를 오가는 레스는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는 오묘한 캐릭터다.

디칠로 감독이 각본 작업을 할 때부터 스티브 부세미를 염두에 뒀다고 밝힌 것처럼 부세미는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분열증 환자에 가깝게 정서불안인 레스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또 날개 잃은 천사 같은 부랑자인 토비는 언뜻 비현실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몽상가들", "도슨의 청춘 일기"의 젊은 배우 마이클 피트는 토비를 현실감 있는 인물로 살려냈다.

레스와 토비가 싸우고 의지하면서 각자 성장해 나가는 것이 영화의 큰 축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에도 꽤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

로맨스물은 주인공에게 색다른 옷을 입혀도 전개가 진부해지기 쉽다. 그러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장황하지 않고도 로맨틱하게 봉합하는 디칠로 감독의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국내 개봉판에는 한 호흡에 읊기도 버거운 긴 제목이 붙었으나 원제는 "정신없다"란 뜻의 한 단어 "딜리리어스(Delirious)"다.

10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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