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식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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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식코
  • 이경철
  • 승인 2008.03.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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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는 미국 영화계의 재간둥이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로 이어진 신랄한 마이클 무어식 사회 고발은 이 영화에서 거의 정점에 이르렀다.

그는 이 영화에서 미국의 민간 중심 의료보험 조직인 건강관리기구(HMO)의 횡포를 고발한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장밋빛으로 포장해 국민 앞에 던져 놓은 의료보험 체계의 폐단과 부조리는 가관이다.

보험이 없는 사람은 물론이고 열심히 일해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조차 돈에 눈먼 보험사들의 편법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손가락이나 다리를 잃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 각본, 연출, 내레이션, 출연까지 도맡아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허점과 폐단을 마음껏 조롱한다.

영화는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카메라는 대서양을 수시로 건너 프랑스와 영국의 선진적인 공공의료 체계와 미국의 후진적인 민간 중심 의료체계를 대놓고 비교한다.

익히 알려진 유럽 국가의 복지체계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관객은 편안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가장 불편한 관계에 있는 쿠바로까지 건너가면 사정은 달라진다. 쿠바의 의료진이 미국의 보험사로부터 버림받은 미국인을 환대하며 성심껏 치료해 주는 장면에 이르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감정적인 음악 여러 곡을 배경에 깔고 화면에 화살표를 그리거나 글씨를 적어 넣어 부연설명을 하는가 하면 자유자재로 영상 자료를 삽입해 미국 전현직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의 부조리한 행태를 비웃는다.

"전 세계에서 지상낙원으로 포장돼 있는 미국의 시민은 바닥에 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또 이 메시지를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주관적이며 의도적이다. 심지어 자신에 대한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안티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관용을 베푸는 장면에 이르면 성역 없는 비판을 꿈꾸는 그의 "신성한" 의도가 다소 악의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여러 문제점들을 실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짚어내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극히 대중적인 방식으로.

그의 영화는 지루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다. 극장 좌석에 팔짱 끼고 앉아 얼굴을 찌푸리고 심각하게 근심할 필요 없이 키득거리며 보다가 가끔만 입을 쩍 벌리고 충격에 빠지면 된다. 열정적인 학원 강사의 유쾌한 주입식 강의를 바라보듯 2시간 동안 마이클 감독의 언행을 보고 있으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일부 "뜻있는" 지식인뿐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까지 스크린 또는 컴퓨터 앞에 끌어다 앉히고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마이클 무어 감독만의 커다란 성공이자 성취다.

내달 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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