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월드 오브 투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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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월드 오브 투모로우"
  • 윤종원
  • 승인 2004.12.3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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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의 가장 큰 미덕은 돈을 들인 티가 나야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최소한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블록버스터는 자폭해야 한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원제: Sky Captin and The World of Tomorrow)"는 적어도 이러한 점에서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스크린 곳곳에서 돈을 들인 티가 철철 흐른다. 게다가 미국 개봉 당시의 쓴소리들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오락 영화로서의 기본기는 훌륭히 갖추고 있다. 관객이 참아줄 수 있을만큼 유치하고 짜릿하기 때문. 깊이는 전혀 없지만 볼거리 많고 기승전결이 확실한 잘 만들어진 비디오 게임 같다.

더불어 이 영화의 최고 장점은 새롭다는 것이다. 193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기술력과 소재에서는 최첨단을 걷는 부조화를 통해 영화라는 장르의 융통성을 새삼 보여줬다. 덕분에 "역시 영화는 돈을 좀 들여야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일련의 관객군에게는 꽤 쏠쏠한 킬링 타임용 영화가 될 것이다. 반대로 이와는 가치관이 다른 `뉴스위크" 같은 관객에게는 `2004 최악의 영화 10"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1939년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 6명이 연이어 납치당한다. 동시에 정체모를 거대한 로봇들이 도시를 공격하며 뭔가를 찾는다. 특종을 노리는 신문기자 폴리(기네스 팰트로 분)와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파일럿 캡틴(주드 로)이 손을 잡고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여기에 영국의 해군 장교 프랭키(안젤리나 졸리)가 위급한 상황에서 이들을 돕는다.

줄거리 자체가 대단히 간단하고 만화적이지만 영화가 노리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의 향수를 끄집어내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덧입혀 아주 새로운 느낌을 선사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영화는 기네스 팰트로의 금발을 더욱 윤기있고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묘한 흑백 톤의 화면을 유지한다. 이러한 색감과 조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얼굴선이 또렷한 듯 하면서도 동시에 몽롱하게 보이는 효과를 낸다. 덕분에 잉그리트 버그만이 `카사블랑카"에서 내뿜는 매력을 기네스 팰트로에게서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난데없이 투박하고 거대한 로봇들이 즐비하게 등장한다. 절로 고전영화 `킹콩"이 연상된다. 1933년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킹콩"이 주는, 어설픈 특수효과로 탄생한 괴물과 인간 세상의 대비가 주는 독특한 느낌. 아니나 다를까 신인 케리 콘랜 감독은 그 `킹콩"을 수도없이 참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로봇들은 생김 새만 `단순무식"할 뿐, 움직임이나 전투신에서는 할리우드의 기술력이 가감없이 발휘됐다. 마블코믹스의 고전 만화에 심취한 독자들이 머리 속에 그릴법한 이미지들을 곧바로 스크린으로 옮겼다고나 할까.

영화는 또한 `007" 시리즈를 노골적으로 추앙했다. 밀림과 설원을 오가며 활약하는 주드 로의 모습은 제임스 본드와 같다. 또 `쥬라기 공원"에도 오마쥬를 보냈다. 체면 차릴 것 없이, 로봇들을 쫓아갔더니 공룡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안젤리나 졸리의 존재. 그녀는 `알렉산더"에 이어 이번에도 왜 욕심을 차리지 않았을까. 비중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는 좋지만 그녀는 두 작품 연속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는데도 실패했다. 오락 영화에 살신성인할 필요는 없지 않나.

아무리 봐도 주드 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 보인다.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만 봐도 그는 오래전부터 007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1월 13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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