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클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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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클리어링
  • 윤종원
  • 승인 2004.12.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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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묻는다. "날 사랑해?" 아내가 대답한다. "네." 남편이 다시 말을 잇는다. "내겐 그거면 충분해."(영화의 엔딩장면)

내년 1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클리어링"(The Clearing)은 심리 스릴러 영화다. 네덜란드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업가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로버트 레드포드, 윌렘 데포, 헬렌 미렌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고 `러브 액츄어리" `물랭루주" 등에서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음악을 맡았다. 영화 `인사이더" `히트" 등을 제작한 피터 얀 브루게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성공한 기업인 웨인 헤인즈(로버트 레드포드)가 출근길에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그의 아내 일레인(헬렌 미렌)은 웨인에게 저녁에 손님을 초대했다며 일찍 귀가할 것을 부탁한다. 손님이 오고 식사가 끝났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실종신고를 내고 FBI가 사건에 가담하면서 극이 전개된다.

남편 웨인을 납치한 사람은 실직자 아널드 맥(윌렘 데포)이다. 그는 예전 웨인의 회사에서 일하다가 해고됐다. 아널드는 웨인에게 "나는 심부름꾼이다. 당신을 납치한 사람은 따로 있다. 나는 숲 속 산장까지 당신을 데려다 주는 임무를 맡았다"며 거짓말을 한다.

영화는 숲속 산장으로 끌려가는 웨인과 납치범 아널드와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와 웨인의 행방을 찾으려고 FBI와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일레인과 자녀들의 몇 주 동안의 에피소드를 병치하면서 전개된다.

웨인을 찾는 과정에서 숨겨진 그의 사생활이 드러난다. 웨인은 여전히 정부(情婦)를 만나고 있었다. 웨인의 회사에 근무했던 그의 정부는 일레인의 종용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그 이후로도 웨인과의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던 것.

절망하는 일레인. 웨인은 그의 두 자녀에게 "아빠는 엄마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일레인은 FBI요원에게 웨인과 정부와의 관계를 숨겨달라고 부탁한다.

한편 산장으로 가는 웨인과 아널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널드는 장인 집에 얹혀 살며 아내를 출근시키는 실업자의 고통을, 웨인은 젊은 날 성공을 위해 일에만 매달려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었던 과거를 얘기한다. 웨인은 아내에 대해 얘기 하면서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닫는다.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더 확실하게 느끼는 웨인과 납치보다 더 충격적인 남편의 사생활에 절망하는 일레인.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 이들의 소통을 이야기한다. 웨인은 아널드에게 아내에게 쓴 편지를 부쳐줄 것을 부탁하고 일레인은 남편이 아널드에게 죽임을 당한 뒤 그 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내 사랑은 변함없어"다.

영화 제목 `The Clearing"은 우리 말로 `확실히 하기" 정도가 될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의심했던 아내에게 남편의 편지는 미소며 기쁨이다.

영화 `클리어링"은 스릴러 영화지만 드라마에 더 충실하다. 영화에서는 가족과 사랑, 삶의 고통 등 우리네 인생이 그대로 녹아 난다.

쫓기 쫓기는 스릴러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적격이 아니다. 그러나 극장을 향하면서 박진감보다 감동과 여운을 기대하다면 스릴과 감동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클리어링"에는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자아내는 미남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없다. 그러나 삶의 역경을 이기고 자수성가한 기업인을 눈과 표정으로 그대를 담아 내는 주름살 많은 노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있을 뿐이다. 영화에 대해 굳이 흠을 잡자면 다소 지루할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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