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헨젤과 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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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헨젤과 그레텔
  • 이경철
  • 승인 2007.12.2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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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의 임필성 감독은 신작 "헨젤과 그레텔"(제작 바른손)을 촬영할 당시 "동심이 훼손됐을 때 생길 수 있는 공포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실제로도 상처받은 아이들이 현실에선 불가능한 동화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꿈꾸는 잔혹한 환상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공의 과반은 미술팀의 실력과 아역배우 세 명의 열연에 돌려야 할 것 같다.

영화는 치유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들의 상처를 슬쩍슬쩍 드러내면서 공포보다 슬픔에 방점을 찍는다. 슬픔과 한을 바닥에 깔고 있는 공포는 그림책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집이라는 공간과 웬만해선 이 집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아이들의 서글픈 표정으로 완성된다.

이 영화의 아이들은 여느 공포영화 속 아이들과 달리 눈을 까뒤집거나 누군가를 섬뜩하게 노려보는 대신 마당에서 뛰놀며 개구쟁이다운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이들은 "엄마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며 커다란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우리를 두고 가지 말라"며 애처롭게 운다. 관객이 느낄 만한 감정이라면 목을 조르는 섬뜩한 공포가 아니라 이 아이들을 향한 안쓰러움일 듯하다.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있는 아이 크기만 한 곰인형과 증기를 내뿜으며 거실을 빙빙 도는 장난감 기차, 제조연대와 국적이 불분명한 장난감들, 기묘한 분위기의 그림들, 강렬한 원색의 과자와 사탕은 더할 나위 없이 예쁘고 아름답지만 상영시간이 한참 지나도 눈에 잘 익지 않을 만큼 애매모호한 공기를 내뿜는다.

이 영화의 화법은 친절한 편이다. 상처받은 아이들과 착한 어른 사이의 교감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아이들이 상처받은 이유를 관객이 이미 다 알아차렸을 법한 지점에 이르러서야 "폭로"한다. 그것도 직접적이고 상세하게 되새겨 준다.

그러나 슬픔으로 인한 아이들의 기묘한 행동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화해에 대한 구상에는 신선함이 부족하다. 이 영화를 좋아할 만한 관객은 독특함과 반전의 묘미를 즐기는 스릴러 팬도,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을 즐기는 호러 팬도 아니라 꼼꼼한 드라마와 세련된 영상미를 즐기는 팬일 것으로 보인다.

은수(천정명)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지만 병에 걸려 위독한 어머니를 만나러 차를 몰고 길을 떠난다. 교통사고를 내고 길 옆의 숲으로 튕겨나간 은수는 정신을 잃고 깊은 밤이 돼서야 눈을 뜬다.

은수의 눈앞에는 등불을 들고 서 있는 예쁜 소녀 영희(심은경)가 있다. 은수는 영희를 따라 숲을 파헤치고 그림같이 예쁜 "즐거운 아이들의 집"에 도착한다. 집은 각양각색의 인형과 장난감으로 가득찬 곳으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풍요롭고 화려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큰아들 만복(은원재)과 둘째 영희, 귀여운 막내딸 정순(진지희)까지 따뜻하고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말 한 마디를 꺼낼 때마다 아이들의 눈치를 슬슬 보고 집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다음날 아침 은수는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길을 나서지만 숲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빙빙 돌기만 한다.

은수는 아이들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설상가상으로 엄마와 아빠는 쪽지 한 장 남긴 채 사라져 버리고 또 다른 길 잃은 어른 변 집사(박희순)와 경숙(박리디아)이 찾아온다.

12세 이상 관람가. 27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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