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일루미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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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일루미나타
  • 이경철
  • 승인 2007.12.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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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대를 향한 미국 영화인들의 관심과 애정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브로드웨이를 쏴라" "셰익스피어 인 러브" "스테이지 뷰티" 등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 직접 올리는 영화는 계속해서 관객을 찾아오고 있다.

10년 만에 국내 개봉하는 1998년작 "일루미나타"도 할리우드 중견배우인 존 터투로가 현대 연극의 태동기인 1900년대 초 미국 동부의 한 극단 단원들이 펼치는 사랑과 예술에 대한 고민을 담은 시대극이다. 컬트 영화와 예술영화에 관심을 쏟아 온 터투로는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에서 주연도 맡았다.

피식거리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곳곳에 있지만 예술을 향한 이 영화의 마음가짐은 시종일관 진지하다. 평소 연극 또는 예술에 크게 관심 없는 관객을 위한 배려심은 별로 없고 전개 속도도 느릿하지만 핑퐁 치듯 오가는 대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지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무엇보다 터투로를 비롯해 캐서린 보로위츠, 수전 서랜던, 크리스토퍼 월켄 등 한꺼번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들의 내공 있는 정극 연기다. 이들은 연기 경쟁이라도 하듯 길고 복잡한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무대 또는 스크린 위를 누빈다.

실제로 부부인 터투로와 보로위츠는 영화에서 연인 사이인 극작가와 여배우로 등장, 실생활의 경험에서 우러나왔을 애증 관계를 보여준다. 서랜던도 퇴물 취급을 받지만 자신감과 야심에 찬 여배우의 분위기를 온몸에서 뿜어내고 "비호감"인 깐깐한 평론가 역을 맡은 월켄이 선보이는 동성애자 연기도 눈에 띈다.

1900년대 초 미국 동부의 어느 극장에서 봉급을 받아 살아가는 상주 극작가 투치오(존 터투로)는 극장의 간판 여배우인 레이철(캐서린 보로위츠)과 연인 사이다. 그는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 그를 사랑하는 아내 일루미나타의 이야기를 다룬 "일루미나타"를 무대에 올리고 싶어하지만 극장주는 흥행성이 없다고 보고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극장에서 "루스티카나"라는 연극의 상연 도중 주인공 피에로가 무대에서 쓰러지고 관객이 웅성거리는 사이 투치오는 무대에 뛰어오른다. 그는 "일루미나타"의 일부분을 들려주고 이 연극을 곧 상연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극장주는 할 수 없이 레이철을 주연 배우로 내세워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 준다. 초연을 지켜본 나이든 여배우 셀리멘느(수전 서랜던)는 투치오를 함께 공연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영향력 있는 평론가 베발라콰(크리스토퍼 월켄)는 혹평을 쏟아내고 극장주는 인기작인 입센의 "인형의 집"을 올려야겠다고 다시 생각한다. 레이철은 위기에 처한 투치오를 구할 방도를 찾아 나선다.

2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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