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르헨티나 할머니
상태바
영화 - 아르헨티나 할머니
  • 윤종원
  • 승인 2007.12.06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국내에서 일본 소설 붐을 주도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아르헨티나 할머니"(감독 나가오 나오키)는 앞서 국내 개봉한 많은 일본 영화들처럼 또 하나의 개인적인 성장영화이자 어른을 위한 동화다.

원작을 읽은 관객 상당수는 이런 화면을 기대했을 듯하다. 소설의 한 페이지를 펼쳐 스크린에 걸면 딱 이 모습일 것이라고 상상했을 법한 장면이 곳곳에 나온다. 전체적인 줄거리 역시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아주 다르지도 않다. 다만 소설에는 거의 없는 부녀간의 갈등을 주의 깊게 묘사하면서 책임감이란 메시지에 대한 감독의 목소리를 살렸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가정에 마녀의 모습을 한 천사 한 명이 찾아와 상처를 치유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관객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으며 서정적이지만 신파는 아니다.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일본영화 특유의 장점을 갖추고 있다. 등장인물의 생활에 접근하는 방식은 개인적이지만 삶의 지혜를 담은 메시지는 보편적이다.

화면 유명한 팝아트 작가 요시모토 나라가 원작 소설에 이어 영화에서도 일러스트 작업에 참여해 동화의 느낌을 더욱 살렸다.

그러나 봄냄새가 풀풀 나는 화면과 감수성이 철철 넘치는 음악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때도 있다. 아르헨티나 빌딩이라는 판타지의 세계와 그 밖의 현실 세계의 경계가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화면에는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은 거의 없고 귀엽고 예쁜 느낌이 지배적이다. 원작에서 상당 부분 나오는 어린 주인공과 아르헨티나 할머니 사이의 교감은 대부분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는 데다 부녀의 갈등 속에 아버지의 캐릭터는 살아났지만 오히려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캐릭터의 생생함은 반감됐다. 영화는 결국 "소설"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동화"에 그치고 만 듯하다.

마쓰코(호리키타 마키)의 동네에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스즈키 교카)라고 불리는 괴짜 여자가 살고 있다. 이 여자는 풀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빌딩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마을에는 그녀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마쓰코가 18살이 되던 해 엄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늘 병원을 찾던 마쓰코의 아빠 사토루(야쿠쇼 고지)는 막상 아내가 숨을 거둔 날에는 홀연히 자리를 떠나고 아예 자취를 감춰버린다.

6개월이 지난 뒤 친지들은 사토루가 아르헨티나 빌딩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마쓰코는 아빠를 데려오기 위해 빌딩을 찾아가고,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자신을 유리라는 이름으로 부르라면서 마쓰코를 극진히 대접한다. 그러나 사토루는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