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자 내년 원숭이 개체 복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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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과학자 내년 원숭이 개체 복제 시도
  • 윤종원
  • 승인 2004.12.2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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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팀의 지원을 받아 원숭이 배아 복제에 성공한 미국 피츠버그대의 제럴드 섀튼 (55) 교수가 이르면 내년 봄 원숭이 개체 복제를 시도할 것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섀튼 교수의 원숭이 복제시도가 성공할 경우 복제연구를 둘러싼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황 교수를 비롯해 이 분야의 권위있는 과학자들은 치료목적 복제가 허용돼야 한다면서 그 근거로 치료목적 복제 연구가 진전되더라도 인간 복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었으나 원숭이 복제가 실제로 이뤄진 다면 인간 복제도 가능하다는 논리가 더욱 타당해지기 때문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섀튼 교수가 지난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원숭이 복제 연구에 필요한 보조금을 신청하기 위해 제출한 서류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섀튼 교수가 이끄는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이미 복제한 원숭이 배아들을 내년 2월이나 3월 대리모 원숭이들의 자궁에 착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제 배아가 자궁 착상에 성공해 정상적으로 출산될 경우 사상 최초로 `복제양 돌리"와 같은 복제 원숭이가 탄생하게 된다.

섀튼 교수는 NIH에 제출한 보조금 신청서에서 원숭이 복제 시도의 결말에 관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먼저 개체 복제가 완전히 실패하거나 수백 번의 시도 끝에 한번 정도가 성공할 경우 "아무리 협잡꾼이라고 하더라도 인간복제를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할 수는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섀튼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안정적이고 정기적으로" 원숭이를 복제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는 경우를 들면서 이렇게 된다면 인간복제를 추구하는 과학자들을 고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인간복제가 중대한 윤리적 문제를 동반할 것으로 보는 주류 과학계가 이를 옹호하는 소수 과학자들의 행동과 분명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섀튼 교수는 인간 복제 옹호론자들이 자신에게 접근해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한 경우가 최소한 두 차례 있었지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언젠가는 이들을 위해 인간복제 방법이 담긴 책을 출간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와 같은 처지를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장래에 인류 멸망의 빌미가 될 로봇을 자신이 개발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인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학자의 신세에 비유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섀튼 교수의 개인 이력과 황 교수와의 인연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사실 섀튼 교수는 수백 번의 실험 끝에 "양이라면 몰라도 유인원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설명하는 논문을 과학잡지에 게재하는 한편 백악관 생명윤리위원회에서도 공개 증언했다. 섀튼 교수의 이런 주장은 치료목적 복제의 허용을 주장하는 측에 중요한 논리적 근거를 제공했다.

그러나 섀튼 교수가 원숭이 복제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잘 알려진 대로 황 교수 팀의 도움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섀튼 교수는 원숭이 난자에서 핵을 흡입하는 방법 대신 황 교수 팀이 개발한 대로 난자에 구멍을 내 부드럽게 짜내는 방법을 채택해 원숭이 배아 복제에 성공했다. 이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수현미경 조작기술이 핵심인데 섀튼 교수팀은 황 교수팀에서 차출 받은 박을순 연구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황 교수가 인간 배아 복제 성공을 공식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12월 자신의 연구실을 방문한 섀튼 교수에게 이 사실을 귀띔했다고 전했다. 섀튼교수의 도움으로 황 교수 팀은 배아 복제를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논문을 과학 전문지에 게재할 수 있었고 이후 이 소식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개인적으로도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황 교수와 섀튼 교수는 이처럼 서로에게 큰 도움이 돼 왔으나 섀튼 교수가 원숭이 복제에 성공할 경우 황 교수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도 있다. 황 교수 역시 복제연구 금지 여부를 둘러싼 유엔 회의 등을 통해 "인간복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섀튼 교수 팀의 원숭이 배아 성공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이들의 연구가 배반포기 배아 추출에 그치고 개체 복제에 이르지 못한 점을 들어 "인간을 비롯한 유인원의 복제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이를 통해서도 확인된 셈"이라고 평가한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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