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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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이브닝
  • 이경철
  • 승인 2007.11.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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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수필 한 편을 영상으로 쓴 영화다. 죽음을 앞둔 한 여자가 평생 가슴 한 켠에 묻어두었던 첫사랑을 끄집어낸다.

"이브닝"에 관록 있는 여배우들이 자신의 딸과 함께 동반 출연했다는 점도 화제다. 주인공 앤의 노년 시절을 맡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딸 나타샤 리처드슨이 모녀로 출연한다.

메릴 스트립도 마찬가지. 딸 마미 검머와 사이좋게 앤의 친구 라일라의 젊은 시절과 노년을 나눠 연기해 눈길을 끈다.

또한 앤 역의 클레어 데인즈와 영화 속에서 앤을 짝사랑한 버디 역의 휴 댄시가 이 영화를 찍으며 실제 연인이 됐다고 한다.

영화는 지극히 관조적이다. 폭풍같이 밀려왔던 첫사랑을 추억하면서도 과잉 감정을 쏟지 않는다. 그 때문에 심심할 정도. 그러나 잔잔하고 담백한 수필을 읽는다고 생각한다면 곱씹을 맛이 난다.

영화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죽음을 앞둔 노년의 앤과 첫사랑을 만났던 젊은 시절의 앤. 노년의 앤이 등장할 때는 전혀 다른 길을 가며 어머니의 삶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보려 하는 두 딸이 등장하고, 젊은 앤의 곁에는 첫사랑과 친구들이 있다.

앤은 친구 라일라의 결혼에 참석하느라 라일라 집안의 별장에 온다. 라일라 동생 버디는 누나가 가정부의 아들인 해리스를 사랑하면서도 집안에서 정해준 남자와 결혼한다며 이를 반대한다.

해리스는 고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 앤에게 호감을 보인다.

라일라의 결혼식에서 앤은 "타임 애프터 타임"을 축가로 부르고 한껏 젊은 날을 즐기는데 소설가를 꿈꾸는 버디가 앤에게 사랑을 고백해온다. 앤은 부잣집에서 자라 나약하기만 한 버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버디가 자살을 할 듯한 행동을 취하자 분노한 앤은 해리스에게 의지하며 그와 함께 밤을 지샌다. 그러나 앤을 쫓아온 버디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앤과 해리스는 미래를 꿈꾸지 못한다.

이 모든 장면은 죽어가는 앤이 꿈결처럼 딸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펼쳐진다. 딸들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해리스라는 이름에 의아해한다. 어린 시절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엄마를 따라다녔던 콘스탄스는 가정적인 남편, 두 자녀와 함께 평온한 삶을 누리는 한편 엄마의 뒤를 이어 노래를 부르는 니나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동거하고 있는 남자와의 미래도 불안하게 여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삶이란 결코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지만, 핑계를 댄 어떠한 행동도 결국 자신의 의지였음을 전하고자 한다. 앤의 삶은 두 딸의 삶으로 이어진다.

여자의 사랑과 고단한 삶, 모성애가 뛰어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표현돼 낙엽이 흩날리는 계절에 딱 어울리는 영화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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